[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사드 보복’이 급기야 탈북자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사드배치가 결정된 이후 북중 접경지대를 포함해 중국 전역에서 당국에 의한 탈북자 단속과 체포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한미 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고도의 레이더 기능으로 자국의 안보가 침해 당할 수 있으며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고 반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후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한류 단속, 한국기업 제재 등으로 문화·경제적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반면, 정작 사드배치의 원인을 제공한 북한에 대해서는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며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미국 UPI는 지난 17일 “중국이 지난 2주간 12명 넘는 탈북자를 체포했다”며 한반도 사드 배치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탈북자 단속·체포 움직임을 보도했다.

한 사례로 중국 당국은 도시를 넘나드는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실명을 밝히고 통행증을 요구하는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방식으로 탈북자를 가려내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를 돕던 활동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월 11일 중국은 32명의 한국인 선교사를 추방시켰다”며 “이번 일은 미군이 한반도에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과 중국이 외교적 갈등 상황에 놓인 가운데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8일과 19일은 중국 당국이 자국에서 탈북자 보호 활동을 하던 온성도·이병기 목사를 각각 체포해 억류하는 일도 발생했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은 두 사람은 현재 중국 형법상 '타인의 밀출국 조직죄' 혐의로 랴오닝(遼寧)성 번시(本溪)시 구류장에 구금중이라고 한다.

당시 중국 공안에 함께 체포됐다가 풀려난 목사의 가족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다.

지난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온성도, 이병기 목사 가족의 기자회견 장면. 가운데는 석방 대책위원회 실무대표를 맡은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 사진=연합뉴스

온 목사의 아내는 이날 “중국 공안이 우리 가족을 붙잡아 취조하는데 한국 정부가 왜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는 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내 탈북 루트를 잘 아는 이들 사이에선 최근 중국의 움직임이 사드 배치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단체 관계자는 23일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북한이 탈북자 문제에 얼마나 예민한지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런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가 한창인 지금 탈북자 통제를 강화한 것은 북한 손을 들어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정부의 뚜렷한 대응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통일부 이덕행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중국 공안의 활동이 강화됐는지는 지속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대처를 외교부와 협의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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