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안 지사 페이스북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이른바 '선한 의지' 한마디에 정치권이 요동치는 분위기다. 안희정 지사가 현재 대선주자 가운데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전 대표에 이어 지지율 20%를 넘기며 맹추격중인 2위 주자라는 점에서 일거수 일투족에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모양새다.

안 지사는 지난 19일 부산대에서 열린 '즉문즉답' 행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를 평가하면서 "누구라도 그 사람의 의지를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겠지만 결국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선한 의지'라는 자신의 발언을 놓고 이런 저런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지자 안희정 지사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안 지사는 강연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반어법적 비유였다"고 전제하면서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상실감으로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든 제가 그들을 비호하다니요"라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국민의당 손금주 최고위원은 20일 광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안희정 지사의 평가대로라면 박 대통령이 탄핵될 이유가 옅어지고 뇌물죄 성립도 어려워진다. 탄핵재판에서 대통령측이 주장하는 내용을 민주당 대선후보 입을 통해 듣게 된 것"이라며 "탄핵 정국에 대한 안 지사의 안일한 인식을 경계한다. 안 지사의 너무나도 가벼운 입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 손 최고위원은 "안 지사와 민주당에 촉구한다. 더는 탄핵을 촛불집회를 당리당략적으로 이용 말아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민의 당에 최근 입당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 "박 대통령이 그런 훈련, 자질이 부족했었다는 게 지금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데, 그건 조금 억지로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면서 '선한 의지'라는 말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민주당내 대권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SBS 라디오 '박진호의 전망대'에서 안 지사 발언을 거론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선을 넘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가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데, 청산해야 될 상대, 책임져야 될 상대까지 손을 잡아버리면 새로운 변화가 절반의 성공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글에서 "정치인의 발언은 직설법이건 반어법이건, 그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희정 지사측은 '대연정' 언급에 이어 '선한 의지' 발언이 불거지는 바람에 최근 조심스럽게 떠오르고 있는 '안희정 대망론'에 혹여 역풍이 불지나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안희정 지사의 발언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2위 주자에 대한 야권내 견제성 지적이나 비판 성격이 짙어 향후 안지사가 입 단속에 보다 신경을 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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