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독극물 피살' 발표 방침에 반발

"양국관계 파탄" 위협, 시신 즉각 인도 요구

"적대세력과 야합" 한국측 개입 의혹도 제기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17일 밤(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영안실 앞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부검결과 발표 반대와 시신 즉각인도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 부검과 인도를 놓고 외교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김정남 부검 결과 발표 방침에 북한이 말레이시아 주재 대사를 통해 강력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양국관계 파탄까지 위협하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우리 외교 당국과 외신 등에 따르면,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전날인 17일 밤 현지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방문해 A4용지 3장 분량의 회견문을 발표했다.

회견문 핵심 내용은 부검 내용에 관계 없이 북한은 말레이시아 당국의 김정남 부검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강철 대사는 회견문에서 “말레이시아 측은 애초 북한 주민(김정남)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우리 대사관에 통보하면서, 그가 실제로 북한 인민인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관 여권 소유자이자, 영사보호 대상이란 이유로 부검을 거부했음에도 말레이시아 측은 우리의 허락이나 참관 없이 부검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 대사는 17일 오후 말레이시아 경찰청을 방문해 김정남 시신의 즉각 인도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시신 거부에 강 대사는 “말레이시아 측이 우리를 악의적으로 해(害)하는데 필사적인 적대세력과 야합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다”며 한국 정부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즉, 한국 정부가 대통령 탄핵 등 복잡한 내부 사정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각종 외교 통로를 통해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강 대사는 “말레이시아가 우리 공화국에 적대적인 세력과 야합하는 태도를 보이는 데 전혀 참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성 위협을 서슴없이 내뱉기도 했다.

당초 지난 13일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발생하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 대사관과 협의해 시신 확인, 부검, 진상규명, 시신 인도 등의 외교적 처리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북한이 부검 반대와 함께 시신의 즉각 인도를 요구하자 말레이시아는 부검과 진상규명은 당사국의 권리라며 난색을 표명했고, 이어 북한의 반대에도 부검을 강행하면서 양국관계는 급랭했다.

북한은 김정남 시신 부검이 있던 지난 15일 강철 대사를 포함한 현지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대거 영안실을 방문해 부검 반대를 거세게 요구하며 부검 참여를 거부한 바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부검결과 발표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적절한 때 발표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과 추가 외교적 접촉이 예상된다.

현지 언론들도 북한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말레이시아 정부가 18일 재부검을 할 것이라고 소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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