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 위협 계산보다는 김정은 편집광적 성향 반영"

"김정남 망명신청? 현재도 이전에도 전혀 없었다"

"김정남 가족 중국이 보호… 향후 관계 악화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15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과 관련 “김정남이 2012년에 김정은에게 자신과 가족을 살려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2012년에 본격적인 암살 시도가 있었다”며 이같이 보고했다고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김정남에 대한 암살시도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직후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행해졌다. 실제 김 의원은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해야하는 명령)로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국정원은 분석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정남은 서신에서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응징명령을 취소하기 바란다. 저희는 갈 곳도 피할 곳도 없다. 도망갈 길은 자살뿐임을 잘 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정찰총국은 김정남에 대한 지속적인 암살기회를 엿보면서 준비해왔고, 암살을 실행한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김 의원은 “국정원은 (김정은 암살은)오랜 노력의 결과 실행된 것이지 암살의 타이밍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고, 오랜 스탠딩 오더가 집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김정남이 자신의 통치에 위협이 된다는 계산적 행동이라기보다는 김정은의 편집광적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김정남을 암살한 여성 2명은 택시를 타고 도주했으나 말레이시아는 아직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이번 사건은 독극물 테러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나 정확한 사인과 신원은 부검을 통해 확인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암살 상황에 대해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오전 9시쯤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마카오행 비행기 탑승 줄을 선 김정남에게 젊은 여성 2명이 접근했고 이 중 한 여성이 김정남의 신체를 접촉한 이후 김정남이 공항 카운터에 도움을 요청,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김정남이 과거 한국 망명 신청을 한 여부에 대해서는 “현 정부에서도 없었고 이전에도 없었다”고 밝혔으며,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을 옹립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지지세력 자체가 없다”고 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아울러 이번 암살을 계기로 국내 거주 중인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 등 북한 인사들에 대한 경호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한편 김정남 본처와 아들 한 명은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으며 김한솔의 모친인 후처는 김한솔과 딸과 함께 마카오에서 생활하고 있다. 두 가족은 모두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이번 사건으로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당연히 악화될 것을 알고도 이런 행동을 한 것을 보면 전혀 계산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국정원도 (북한의 도발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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