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지금 우리는 역사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살고 있는 겁니다.” 지난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날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벅찬 감정이 엿보이는 글이 올라왔다. 전문가들도 2016년 한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가 새로 쓰였다는 데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매년 교수들을 상대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아 온 교수신문은 올해는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 ‘순자(苟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이 말은 “백성은 물이고 임금은 배다. 곧 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백성의 힘을 강조한 이 말은 중앙대 육영수 교수가 추천해 조사에 응한 교수 611명 중 32.4%인 198명의 지지를 받았다.

앞서 2015년에는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가 꼽힌 바 있다. ‘혼용’은 무능하고 어리석은 군주를 뜻하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합친 말이다. 이들 사자성어 표현을 빌리자면 올 한해 한국 정치는 ‘무능한 지도자’로 인한 정국혼란이 ‘국민의 힘’으로 탄핵정국에 접어든 셈이 됐다.

4·13총선서 내려진 민심의 심판…20대 국회 여소야대 판세로

올 4월에 실시된 20대 총선은 촛불집회에 앞서 민심의 심판이 나타났던 계기였다. 4·13 총선 결과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한 것이다. 당시 개표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123석(41.0%), 새누리당 122석(40.7%), 국민의당 38석(12.7%), 정의당 6석(2.0%), 무소속 11석(3.7%)이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서는 원내 제1당 지위와 과반의석을 모두 박탈당한 격이었다. 야당도 안심할 순 없었다. 정당득표율에서 당시 신생 야당인 국민의당이 26.74%를 기록해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정당 득표율 25.54%를 제친 것이다. 특히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주다시피 하며 기존 야당 정치에 대한 민심의 분노를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 지난 11월 26일 열린 5차 촛불집회 현장.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경찰이 에워싸고 있는 모습.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1987년 6월항쟁 규모 넘은 촛불시위…탄핵안 가결 동력으로

하반기에 이르러 국민의 힘은 헌정 사상 두 번째인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시키며 절정을 이뤘다. 최순실 씨에 의한 국정농단의 면모가 드러나자 10월 29일경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진상규명과 대통령의 탄핵·하야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시작됐다. 당시 1차 집회는 주최 측 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추산 3만명, 경찰 추산 1만 2000명 규모였다.

그러나 탄핵안 투표 직전 열린 12월 3일 6차 촛불집회에 이르러서는 주최측 추산 서울 170만명, 지방 62만명으로 총 232만명의 인파가 몰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찰측 추산 규모는 서울 32만명, 지방 10만 9000명이었다.

이어 지난 24일 열렸던 9차 집회까지 포함하면 주최측은 올 한해 연인원 900만명이 촛불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대 연인원 500만명으로 추산되는 1987년 6월 항쟁 기록을 훌쩍 뛰어 넘은 수준이다.

마지막 날까지 "송박영신" 외치는 10차 촛불집회 개최 예정

촛불은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 9일 이후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촛불 민심은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단순 시청자를 넘어 제보자로 굵직한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올 해의 마지막 날인 31일도 “송박영신(送朴迎新)”을 외치기 위한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을 패러디해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로운 인물을 맞이하고 싶다는 염원을 담은 구호다. 이번 10차 촛불집회 참가 인원에 따라 올해 촛불집회는 연인원 1000만명의 대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주최측인 '국민행동'은 9차 집회까지 전국에 총 892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함으로써 10차 촛불집회에 108만명 이상이 모이면 연인원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 2항이 헌정사상 가장 깊게 체감된 한 해로도 남을 것이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6/12/29 15:50:53 수정시간 : 2016/12/29 15:5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