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참석 의원들 대체로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표결 진행
투표에 30분 소요… 의원들 스마트폰으로 투표 과정 남기기도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총 투표수 299표에 ‘가’(찬성)는 234표”라고 말하는 순간 방청석에서 탄핵 표결을 지켜보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촛불민심 만세" 등의 함성을 터뜨리며 서로 부둥켜 안았다.
이날 국회는 오후 3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했다. 여야 의원들은 2시 40분부터 속속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야당 의원들과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은 비교적 결연한 모습으로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탄핵 반대를 주장해왔던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으나 착찹한 심경을 채 감추지 못한 채 입장했다.
본회의장에 의원들이 착석한 이후 표결 절차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정 의장이 개의를 선언하자마자 탄핵소추안은 상정됐고, 곧바로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관영 의원이 탄핵안 제안 설명을 이어갔다. 이날 정 의장은 일부 의원이 신청한 의사진행발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사항과 주요 법률 위배 사항 등을 조목조목 열거한 후 “국회는 탄핵을 통해 상처받은 국민의 자존심을 치유해 내야 한다”면서 “대통령 탄핵은 헌정의 중단이 아니라 헌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헌정의 지속이며 이 땅의 민주주의가 엄연하게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거가 될 것”이라고 탄핵안 가결을 호소했다.
김 의원이 제안 설명을 이어가는 동안 의원들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후 정 의장은 새누리당 김현아 정유섭 정태옥 조훈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오영훈 전재수 의원,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등 8명의 감표의원을 발표했다. 곧이어 투표방법이 안내된 후 투표가 시작됐다.
오후 3시 24분부터 시작된 투표는 단 30분이 소요됐다. 가장 먼저 기표소에 들어선 의원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었다.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투표가 시작되고도 한참동안 의원석에 앉아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본회의장에 입장했으나 끝내 투표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또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강행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던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은 방청석에 앉아있던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창피한 줄 알아라”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의원들은 투표 과정에서 찬성표 인증샷을 남기기 위함인지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고 기표소를 들어서기도 했다.
투표가 완료된 후 총 투표수가 발표되는 때에는 의원들 모두가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감표 의원들의 개표를 지켜봤다. 이어 오후 4시 10분 정 의장이 탄핵 찬성표 234표 결과를 발표하자 의원들의 얼굴에는 각각의 표정이 서렸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두 손을 번쩍 들어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방청석은 크게 환호했다. 이날 본회의 방청을 하던 고등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일부 방청객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새누리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