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특검 도입·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 거론 등 총공세

'최순실 개헌' 반대… 새누리당도 충격 속 진상규명 요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비선실세로 지목받는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 열람하고 수정한 데 이어 인사나 민감한 회의 내용이 담긴 청와대 내부 문건까지 받아본 정황이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의 해명과 사과, 특검 요구는 물론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전날 꺼내든 개헌론 카드는 최순실 게이트가 국정개입, 국정농단, 국기문란 사태로 비화됨에 따라 불과 하루 만에 급격히 동력을 상실하는 모습이다. 최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 정국을 개헌 제안으로 정면 돌파하려던 박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이 최씨로 인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당장 야당은 ‘최순실 개헌’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섰고, 새누리당 조차 충격을 금치 못하며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의 빨간펜에 국정운영이 좌우됐다는 사실을 듣고 '이게 제대로 된 나라고 정부인가' 국민은 참담함을 토로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이라면서 진상 규명을 요구한 뒤 “박 대통령이 추진한 개헌은 최순실 개헌이자 정권 연장 개헌으로, 단호히 반대한다. 임기 말의 박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서 빠지라”라고 촉구했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이번 사태를 석기시대에나 있을 법한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한 후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 기록물의 무단파기, 대외반출, 국외반출을 금하고 있다. 최씨의 국정농단은 범죄로, 당장 소환해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에게 “일개 비서관이나 보좌관의 일탈행위로 볼 수 없는 사안으로 사실일 경우 국기문란의 몸통은 그분(박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원내 대책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중대한 국정농단이자 국기문란 으로 규정한 후 “누가 연결고리였는지, 대통령의 '자백'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기자들에게 “'바보야 문제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야' 이게 맞는 표현 같다”며 “대통령이 직접 자백하지 않으면 검찰수사나 국정조사나 특검을 하거나 대통령은 공소권이 정지돼 있어 출석할 수 없고, 그러면 혼란은 임기가 끝난 후까지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한다고 하지만 최씨가 도망쳐버렸기 때문에 개헌안 수정은 누가 해주나”라고 비꼰 뒤 “최순실 없는 개헌안은 제안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 주도의 개헌 논의 자체를 폄하했다. 그는 또한 “만약 청와대가 개헌을 발의하려면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야권 잠룡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이게 나라냐”라며 목소리를 높인 후 “박 대통령은 전면에 나서 진실을 밝히고 모든 책임을 져야하고, 개헌 제안이 더 진실성을 의심받게 됐고 모든 개헌 논의에서 청와대는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사태는 국정의 난맥을 보여주는 중대한 국가문란 행위다. 정말 나쁜 대통령”이라면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포함한 즉각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이를 덮으려는 어떤 시도도 있어선 안된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국정을 대폭 쇄신하기 위해 내각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실 전면개편을 단행해야 한다”면서 “개헌 추진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상관없이 국면전환용으로 규정됐다”고 한탄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도 “대통령은 헌법상의 권한에도 불구, 개헌에 관한 주도적 역할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쌍수로 환영했던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대책회의에서 최씨 사건과 관련 박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면서 “청와대에 숨어서 조직적 범죄를 비호한 공직자를 찾아 한 명도 빠짐없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박계인 김용태·하태경 의원은 특검 도입을 요구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빠른 시일 안에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진실이 모두 밝혀질 때까지 정치권은 개헌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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