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올 추석엔 경산 대추, 여주 햅쌀, 장흥 육포 등 선물

박정희 '봉황인삼' 김영삼 'YS멸치' 김대중 '신안 김' 단골메뉴

노무현 지역안배 민속주, 이명박 국민통합 특산물 등 선택

박근혜 대통령의 올 추석 선물.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대통령이 명절을 맞아 사회 각계에 보내는 선물은 늘 관심을 모은다. 각계 주요 인사에겐 선물을 통해 국정 협력을 당부하고, 사회적 배려 계층에는 격려와 위로의 정을 건네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을 살펴보면 시대상은 물론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과 성격 등도 엿볼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추석 선물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현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간 웃지 못할 신경전이 불거지기도 하는 등 어느 때보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 의원이 지난 8일 ‘청와대가 국회의원 가운데 조응천 의원에게만 선물을 보내지 않았다’는 한 매체의 기사를 페이스북에 링크하며 “쩝, 선물도 못 받았는데 여러분이 후원금 좀 보태주이소”라는 글을 올린게 발단이 됐다. 그러자 청와대쪽에서 “시간 차가 있었던 것뿐인데 조 의원이 자신에게만 선물을 보내지 않은 것처럼 공론화했다”며 조 의원에게 보내는 선물 배송을 아예 취소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빚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 관계가 어떻든 양측의 불편한 기류가 반영됐다며 씁쓸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이번 추석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명절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선물 세트의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선물 세트 가격은 6만~7만원 대로, 만약 추석 전에 김영란법이 시행됐다면 5만원을 넘는 선물을 받을 수 없는 규정에 따라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통령 명절 선물도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다는 입장을 내보였고, 청와대 측도 내년부터는 선물 단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시선을 모은 박 대통령의 추석 선물 보따리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박 대통령은 이번 추석을 맞아 경북 경산 대추, 경기 여주 햅쌀, 전남 장흥 육포 등 우리 농축산물을 담은 선물을 사회 각계 주요 인사와 애국지사, 사회적 배려 계층 등에 선물을 보냈다.

지난해 추석 때는 진도 흑미와 제주 찰기장, 여주 햅쌀 등 5가지 농산물을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엔 장흥 육포, 대구 달성군 유가면 찹쌀, 가평 잣을, 이듬해엔 강원도 횡성의 육포, 경남 밀양 대추, 경기도 가평 잣 등 특산물을 보냈다. 매년 지역 안배를 고려한 선물 구성이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의 추석 선물에 농산물로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가정 위탁 보호 아동 등에겐 어린이 자율 학습형 전자책 등을 선물했고, 불교계 인사들에겐 육포 대신 다른 품목이 담긴다. 이밖에 독거노인, 중증 장애인, 한부모 가족, 희귀 난치성 환자, 환경미화원, 다문화 가정, 자활 사업 참여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사회적으로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분들에게도 선물이 전달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추석 선물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의 명절 선물도 시대상과 대통령의 성격, 스타일 등을 반영했다.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명절 선물로 주로 인삼을 보냈다. 당시 인삼을 담은 상자에는 봉황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선물은 '봉황인삼'으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멸치 사랑이 각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부친이 거제에서 보내준 멸치를 주로 선물해 일명 'YS멸치'라고 불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향인 신안의 김이 단골 메뉴였고, 한과와 녹차 등을 주로 선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 안배를 특히 중요하게 챙겨 각 지역의 민속주를 선택해 선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민 통합을 고려해 황태 대추 김 멸치 참기름 들기름 등 전국의 특산품을 고루 담아 선물했다.

한편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명절 선물로 현금이 오가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이른바 ‘떡값'으로 현금 100만~200만원을 국회의원들에게 나눠줬고, 주요 인사에게는 1000만원이 넘는 돈을 건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인삼과 수삼을 즐겨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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