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부재 고민하던 여권 화색… 친박은 적극 구애

3자 대결시 경쟁력 높아… 친박 후보·검증통과 등 부담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새누리당도 달뜬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나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같은 차기 대권주자가 확실히 존재하는 야권과 달리 여권은 4·13 총선 참패 여파로 잠룡들이 모두 타격 입어 이렇다 할 대선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는 새누리당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고 김무성 전 대표는 패배 책임을 지고 2선으로 물러났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복당도 불명확한 상태다. 야권이 문 전 대표와 안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김부겸 당선인, 안희정 충남지사 등 잠룡들로 넘쳐나는 것에 비해 여권에서는 의미있는 지지율을 가진 후보가 아예 없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내비쳤고, 새누리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펼쳐졌다. 이에 여권은 고무됐고, 특히 친박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벌써부터 박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대구 경북지역과 반 총장의 고향이 충청권이 힘을 합치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여론 몰이도 상당하다. 여기에 반 총장의 국민적 인지도와 여권 내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다는 점이 더해져 친박계는 반 총장을 여권 차기 대선 후보로 내세울 태세다.

반 총장이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나설 경우 현재로서는 여권 내 지지도가 가장 높은 오 전 시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3자 대결' 여론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반 총장은 38.0%를 기록해 문 전 대표(34.4%)와 안 대표(21.4%)를 앞섰다. 반 총장 대신 오 전 시장이 나설 경우 문 전 대표가 35.8%로 안 대표(28.8%)와 오 전 시장(27.9%)를 제쳤다.

이에 따라 여권은 반 총장과 오 전 시장 양강에 더해 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지사, 유승민 의원, 정의화 국회의장 등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 본선 경쟁력을 대비할 가능성이 나온다. 일단 여권 잠룡들은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 발언을 반기는 모습이다. 여권 후보군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반 총장 같은 거물이 뛰어들 경우 대선 본선에서 야권 후보들에 밀리지 않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그러나 반 총장의 대선 가도가 장밋빛 일색인 것은 아니다. 반 총장의 국내 정치 조직력이 약하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친박계의 지원을 받게 돼 ‘친박 후보’ 이미지가 굳혀질 경우 대선 본선에서 부산 경남권의 표가 이탈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또한 반 총장이 현실 정치의 혹독한 검증대를 통과할 지도 미지수다. 지금까지는 글로벌 지도자로서 국민들에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대선 국면이 본격화할 경우 혹독한 검증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유엔 사무총장 재임 기간동안 그에 대한 국내외의 다양한 평가가 공개되고, 사무총장 퇴임 후 자국 내 고위공직 취임을 금지한 유엔 총회 결의안을 둘러싼 논란도 뚫어야 한다. 북한 문제 해결 노력이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국내외 정세상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반 총장 관련 이번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16∼17일 전국 성인 남녀 105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60%)와 유선전화(4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포인트이며 응답률은 5.1%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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