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는 10분, 국민의당은 50분 예방
박지원과는 포옹하며 "형님" 친분 과시
국민의당이 이번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 협조를 위해서는 국민의당에 적극적인 구애를 호소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50분 김광림 신임 정책위의장과 함꼐 국회 더민주 당 대표실을 찾아 김종인 대표를 예방하고 “김 대표는 제가 평소 존경하고 따르던 어른”이라며 “2016년 6월 청와대 정무수석하는데 조언을 부탁하려고 만난 기억이 있다”고 김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에 “새누리당이 제2당이 돼서 정 원내대표의 활약이 중요하다”며 “원내대표 이후 충청 대망론도 나올 수 있으니… 잘하라”고 덕담을 건냈다. 김대표는 또한 “더민주 원내대표는 원만한 분이 될 것”이라며 “(국회가) 3당이 됐으니 원내대표 역할이 좀 달라지지 않겠느냐”라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의당 대표실을 찾아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20여분간 대화를 나눴고 박지원 원내대표와 30여분간 별도로 만났다.
더민주 예방이 화기애애했지만 단 10분에 그치고 국민의당 예방시간은 50분에 달했다는 점에서 정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에 각별히 신경을 더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 원내대표는 먼저 국민의당 상징색인 초록색 넥타이 패션을 화두로 삼아 “제가 오늘 초록색 넥타이를 하고 왔다”며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이에 안 대표는 “세심한 데까지 신경을 써주니 협력이 잘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안 대표는 이어 “20대 국회는 정말 일하는 국회, 대화하고 협력하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어제도 원내대표 선출된 후 협치와 협력을 이루겠다고 했는데 그야말로 국민들의 지상명령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천 대표가 자민련 시절 교섭단체 만들어준다고 애를 써주셨다”면서 천 대표와의 인연도 강조했다. 하지만 천 대표는 “오래전부터 한국 정치는 대통령의 식민지라는 말을 했는데 협치와 타협이 이뤄지려면 앞으로 국회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과반일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제는 관철시킬 방도가 없고 협치는 피할 수 없는 외통수”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국민의당 정당 투표를 보면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분이 많이 있으신 것 같다”며 “피가 섞인 느낌”이라고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영남에서 지지를 많이 받고,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지지를 받고 있어 두 당이 잘하면 영호남 대립이 해소되고, 국민통합도 기대할 수 있지 않느냐”고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별도의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포옹을 나누는 등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다.
이들의 만남은 말투부터 달랐다. 정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에게 “형님 만난다고 일부러 넥타이를 이걸로 했다”며 “제가 많이 힘이 부치는데 대선배신 박 원내대표에게 많이 의지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덩치도 크고, 권력도 크고, 원내 의석도 큰 정진석 원내대표가 형님이 됐기 때문에 큰 정치를 해서 작은 정당을 좀 잘 도와주길 바란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정 대표가 20대 국회가 생산적이고 일하고, 경제 살리는 국회, 오직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저와 똑 같은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노 원내대표와 대학교와 학과 동기라는 인연을 강조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줬고 그 지상명령은 협치하란 것 아니겠나"라며 "국민 뜻을 헤아려서 잘 해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이에 노 원내대표는 “그 동안 진보정당들이 원내 교섭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회에서 많은 설움을 받아왔지만 정의당은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협조를 당부한 후 “제 소원이 하나 있다면 새누리당이 좋은 법안이나 정책을 내는 것인데 그때 제가 손을 번적 들어드리고 싶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