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는 10분, 국민의당은 50분 예방

박지원과는 포옹하며 "형님" 친분 과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가 4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를 잇따라 예방했다. 이 과정에서 정 원내대표는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는 10분간, 국민의당 지도부와는 50분간 이야기를 나눠 원내 1당인 더민주보다 국민의당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당이 이번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 협조를 위해서는 국민의당에 적극적인 구애를 호소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50분 김광림 신임 정책위의장과 함꼐 국회 더민주 당 대표실을 찾아 김종인 대표를 예방하고 “김 대표는 제가 평소 존경하고 따르던 어른”이라며 “2016년 6월 청와대 정무수석하는데 조언을 부탁하려고 만난 기억이 있다”고 김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에 “새누리당이 제2당이 돼서 정 원내대표의 활약이 중요하다”며 “원내대표 이후 충청 대망론도 나올 수 있으니… 잘하라”고 덕담을 건냈다. 김대표는 또한 “더민주 원내대표는 원만한 분이 될 것”이라며 “(국회가) 3당이 됐으니 원내대표 역할이 좀 달라지지 않겠느냐”라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의당 대표실을 찾아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20여분간 대화를 나눴고 박지원 원내대표와 30여분간 별도로 만났다.

더민주 예방이 화기애애했지만 단 10분에 그치고 국민의당 예방시간은 50분에 달했다는 점에서 정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에 각별히 신경을 더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 원내대표는 먼저 국민의당 상징색인 초록색 넥타이 패션을 화두로 삼아 “제가 오늘 초록색 넥타이를 하고 왔다”며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이에 안 대표는 “세심한 데까지 신경을 써주니 협력이 잘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안 대표는 이어 “20대 국회는 정말 일하는 국회, 대화하고 협력하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어제도 원내대표 선출된 후 협치와 협력을 이루겠다고 했는데 그야말로 국민들의 지상명령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천 대표가 자민련 시절 교섭단체 만들어준다고 애를 써주셨다”면서 천 대표와의 인연도 강조했다. 하지만 천 대표는 “오래전부터 한국 정치는 대통령의 식민지라는 말을 했는데 협치와 타협이 이뤄지려면 앞으로 국회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과반일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제는 관철시킬 방도가 없고 협치는 피할 수 없는 외통수”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국민의당 정당 투표를 보면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분이 많이 있으신 것 같다”며 “피가 섞인 느낌”이라고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영남에서 지지를 많이 받고,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지지를 받고 있어 두 당이 잘하면 영호남 대립이 해소되고, 국민통합도 기대할 수 있지 않느냐”고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별도의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포옹을 나누는 등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다.

이들의 만남은 말투부터 달랐다. 정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에게 “형님 만난다고 일부러 넥타이를 이걸로 했다”며 “제가 많이 힘이 부치는데 대선배신 박 원내대표에게 많이 의지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덩치도 크고, 권력도 크고, 원내 의석도 큰 정진석 원내대표가 형님이 됐기 때문에 큰 정치를 해서 작은 정당을 좀 잘 도와주길 바란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정 대표가 20대 국회가 생산적이고 일하고, 경제 살리는 국회, 오직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저와 똑 같은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노 원내대표와 대학교와 학과 동기라는 인연을 강조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줬고 그 지상명령은 협치하란 것 아니겠나"라며 "국민 뜻을 헤아려서 잘 해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이에 노 원내대표는 “그 동안 진보정당들이 원내 교섭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회에서 많은 설움을 받아왔지만 정의당은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협조를 당부한 후 “제 소원이 하나 있다면 새누리당이 좋은 법안이나 정책을 내는 것인데 그때 제가 손을 번적 들어드리고 싶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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