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조훈현·장미란·박찬호 등에 러브콜 잇달아

방송·연예계서도 이준석·강용석·김부선 등 출사표

연예계 출신 의원 역대 12명… 의정 성과는 부진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색 스타 출신들의 도전과 영입설이 제기돼 눈길이 쏠린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반감과 식상함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적 호감도를 갖고 있는 참신한 인물의 등판 여부가 관심을 끄는 것이겠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또 한편으론 그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어렵게 쌓아올린 명성에 흠이 가는 일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새누리당 관계자에 따르면 원유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서는 스포츠 스타를 대상으로 한 물밑 인재영입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새누리당은 프로 바둑 기사 조훈현 9단에게 입당을 제안했고, 이에 조 9단은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새누리당에서는 산악인 엄홍길씨에게 비례대표 후보를 제안했고 엄씨는 현실 정치 참여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눈치다. 앞서 새누리당에선 '피겨 여왕' 김연아씨의 영입설도 나왔지만 김씨가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들은 함구하거나 부인하고 있지만 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씨의 비례대표 내정설과 함께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씨의 정치 입문설도 흘러 나왔다. 박찬호씨의 정치 입문설은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후 서울대병원 빈소를 방문하면서 증폭됐고 고향 공주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스포츠 스타들이 강한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역경을 극복하며 성취를 이뤘다는 것과 대중적 지지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 등이 다른 분야에 비해 정치계의 구애가 끊이지 않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 이미 입문한 스포츠계 출신들도 많이 있다. 무학여고에서 농구를 시작해 한국신탁은행 실업 농구팀에서 활약하고 은행원과 노동 운동가를 거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영등포갑)은 이번에 3선에 도전하며,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국가대표 탁구선수 출신 이에리사 의원은 '진박(眞朴)'을 내세워 대전 중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에 3번째 총선에 도전하면서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나오는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 인제대 교수와 최근 불출마 선언을 뒤집은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도 스포츠계 인사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인 김유동 전 OB베어스 선수는 인천 계양갑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경기 광주에서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인 박일등 예비후보는 프로 권투선수 출신 구두닦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10여 년간 지역에서 장애인·노인들의 구두를 무료로 수선해 왔으며 "당선되면 주민들의 구두를 닦아주며 지역구의 민원을 듣겠다"고 밝혔다.

스포츠계뿐 아니라 방송·연예계에서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자천타천 총선에 도전하고 있다. 우선 노원 병에서 안철수 의원 등과의 일전을 벌일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도 사실상 종편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새누리당에서 제명됐던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도 이후 방송인으로 변신해 정치적 재개를 꿈꿔왔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용산에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새누리당 재입당 신청을 했지만, 서울시당은 최근 불륜 스캔들 등을 문제 삼아 복당을 불허한 상태다.

실제 출마 여부는 미지수지만 '난방열사'로 불리는 배우 김부선씨도 20대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씨는 '반값 관리비와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동 아파트 정원, 비리 없는 투명한 관리비 회계 실시간 공개'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밖에 선거의 계절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는 배우 정준호, 송일국, 박상원씨 등도 이번에도 어김없이 거론된다. 다만 정준호씨와 송일국씨는 차기 드라마 등 개인적인 스케줄 상 이번 총선 출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상원씨는 대구 달서 병에 출마한 남호균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78년 10대 국회에서 서울 도봉구에서 배우 출신 홍성무 전 의원(3선)이 당선된 이후 이낙훈, 신영균, 최무룡, 정한용, 최희준, 강신성일, 최종원, 김을동씨 등 19대 국회까지 12명의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이 배출됐다.

특히 14대 국회에서는 배우 이순재, 최불암, 강부자씨에 이어 코미디언 이주일씨까지 원내에 입성해 연예인 국회의원 전성기를 맡기도 했다. 지난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명계남, 문성근씨 등이 원외에서 활발한 정치 활동을 펼친 바 있다. 문성근씨는 현재 서산·태안에 출마한 조한기 더민주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최고위원까지 오른 김을동 의원을 제외한 연예인 출신 정치인들의 상당수는 의정 성과가 미미했고, 결국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초선에 그치며 단명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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