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상향식 공천 겨냥 "제도 좋아도 악용 못 막으면 엉뚱한 결과"

"대표와 공천 세세히 상의하면 공정하게 못해…최고위 동의 얻을 것"

김무성 대표 "공천관리위는 '관리만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왼쪽)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사진 출처=연합뉴스
[데일리한국 황혜진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총선 공천 원칙 및 방법과 관련 본격적으로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김 대표의 반대를 뚫고 공천관리위원회 수장에 임명된 이 위원장이 연일 '현역 물갈이'와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친박계의 이 위원장이 "공천 과정의 세세한 것까지 모두 당 대표와 상의하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없다"고 말하자, 비박계의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는 공표된 공천 룰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만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가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해온 상향식 공천 원칙이 4·13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위원장은 5일에도 이틀 연속 '김무성식 상향식 공천'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당의 '상향식 공천' 원칙에 대해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악용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 도입 배경과 관련해 "취지는 좋은데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느냐 아니냐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실천)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려면 국민이 예비후보자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우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또 예비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금품 수수나 기타 부당한 영향을 안 받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정비가 안 돼 있으면 '엉터리 선출'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상향식으로 하겠다고 했으면 미리 이런 전제 조건을 충족시키는 노력을 많이 해야 했는데, 이제까지는 그게 좀 안 돼 있다"며 "방향은 정해졌고, 최대한 노력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에 대한 처우와 관련해서는 "경선 절차는 너무 힘들고 지저분해서 안 하겠다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경우는 상당히 안심되는 방법으로 처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례대표, 우선추천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부분에 대해 김 대표와 사전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 공천 과정의 세세한 것까지 모두 당대표와 상의하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없다"면서 "이것은 공관위에서 결정하고, 중요한 방침은 최고위원회 동의를 얻어야 된다"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현역 의원 물갈이와 관련해 '20% 컷오프(공천 원천 배제)' 기준을 제시한 데 대해서는 "남에게 보여주기식 목표 설정"이라고 비판한 뒤 "19대 국회에서 능력 부족이 확인된 사람을 걸러내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13 총선 예비후보자 워크숍에서 "새누리당은 정당 민주주의를 확립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공천 룰은 누구도 손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미 확정돼 국민 앞에 공표된 공천 룰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 앞에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이 위원장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모두 룰에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 개인(이 위원장)의 의사를 갖다가 반영할 길이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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