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안철수 대표 지역구 출마, 문재인 전 대표 불출마..막판 변화 가능성

김문수 오세훈 최경환 김부겸 정동영 천정배 출마..정의화 정몽준 손학규 불출마

반기문 총장·박원순 남경필 안희정 홍준표 원희룡 등 단체장, 관망하며 몸 풀기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4·13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총선 거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총선이 내년 12월 치러지는 대선의 1차 관문이 될 것이란 점에서 총선 결과는 이들의 대선 가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경우 대선 가도에 탄력이 붙겠지만 실패할 경우 정치적 위상은 크게 추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소속 정당의 승리를 우선할 것인지, 개인의 당선 여부에 주력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대선 정국에서의 운신 폭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야 대선주자들의 포지션은 제각각이다. 우선 대권 도전 과정에서 원외보다 원내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두는 대선주자들이 있다. 당 간판으로서 전국적인 유세를 통해 당의 총선 승리를 진두지휘하는 것이 대선주자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불출마를 고심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대선주자는 지역구 당선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구 출마를 피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일부 대선주자들의 사례처럼 '지역구 불출마-비례대표 출마'로 가닥을 잡는 경우도 있다. 여러 카드들이 있어서 상당수 대선주자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김무성 대표는 일단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힌 상태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의 텃밭이면서 자신의 지지세가 확고한 영도에 출마해야 전국 지원 유세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당 내 일부에서는 여전히 김 대표의 험지 출마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블로그에 “김 대표가 왜 ‘호랑이굴 출마 1호’를 자청하지 않는지 의아하다”며 김 대표의 험지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당 대표직 사퇴 때도 거듭 밝혔듯이 공식적으로 총선 불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정치는 생물"이라며 문 대표의 지역구 출마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역시 “총선 승리를 위해 당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선택지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이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당 혁신위의 제안대로 부산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본인의 지역구인 사상이나 새누리당 김 대표의 지역구인 영도에 나서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또 그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으로 이사하면서 서대문구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재출마한다 방침을 밝힌 상태이다. 하지만 이 지역엔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와 더민주의 이동학 후보가 도전해 3자 대결 구도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 안 의원의 당선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윤여준 전 장관은 최근 “선거를 지휘하게 되면 자기 선거에 매달리기 어려운데다 노원병은 만만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안 공동대표가 막판에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비례대표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비례대표 출마 카드는 "너무 쉬운 길을 택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김 대표를 제외하면 여권의 대다수 대선주자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먼저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일찌감치 대구 수성갑 출마를 선언하고 이 지역 더민주 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과 정치적 명운을 건 승부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총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전 의원에게 밀리는 결과가 나오면서 일각에서 '김 전 지사의 수도권 차출론' 또는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의 수성 갑 차출설' 등이 나오고 있어 김 전 지사의 최종 거취가 주목된다. 또다른 여권의 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새누리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사실상 일축하고 "서울 종로도 험지"라면서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총선 본선에 오르기 전부터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낸 박진 전 의원과 현 당협위원장인 정인봉 전 의원과의 후보 경선전을 벌이고 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총선엔 출마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검토하자고 주장하는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정 전 대표는 여러 사정으로 이번 총선에는 직접 출마하지 않고 후보들을 지원한 뒤에 대선으로 직행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 출마설에 더해 국민의당 입당설까지 거론됐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달 25일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친박 핵심으로 경제부총리는 지낸 최경환 의원은 현 지역구(경북 경산·청도) 출마를 고수하며 영남 지역에 출마하는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을 지원하며 물밑에서 당내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 공동대표 외에도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천 공동대표는 일단 광주 서구을 출마 입장이지만 총선 진두 지휘를 위해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이에 국민의당의 호남 민심 확보 추이에 따라 거취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구 수성갑에서 세 번째 도전하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은 이 지역이 여권의 전통 텃밭으로 야권 후보의 승리가 주는 상징성이 엄청나다고 보고 총선 승리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비록 이 지역에서 낙선하더라도 야권 내에서 그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여전히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최근 “정치권에 새판을 짜서 우물에 빠진 정치에서 헤어날 수 있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고 야권 재편 입장을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이번 총선 정국 등을 지켜본 뒤 야권 인사들의 요구에 의해 자연스럽게 대선 가도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재보선 패배 후 전북 순창에서 칩거하다 최근 정치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정동영 전 의원은 전주 덕진 출마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 전 의원은 '무소속 연대'를 추진하며 일단 독자 세력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멀리서 조용히 총선을 지켜보며 대선 정국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광역단체장을 맡고 있는 여야 대선주자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이들은 일단 현직에 충실하면서 총선 정국을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과 가깝거나 우호적인 인사들이 대거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만큼 이들은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서 세 확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