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차적 이벤트로 '컨벤션 효과' 지속…통합·영입에서 쪼개기 전략

천정배ㆍ박주선 통합 이어 박준영·김민석·정동영 합류 여부 주목

"약자의 불가피성" 측면도…"새 정치보다 낡은 정치 행태" 비판도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주춤했던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 통합으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과 국민의당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안풍이 잦아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으나 앞으로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군소 신당 세력들과의 순차적 통합, 정동영 전 의원과 추가 탈당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 등 다양한 이벤트가 남아 있어 국민의당이 계속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은 국민의당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려는 듯 이른바 '살라미(salami)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살라미 전략이란 이탈리아 소시지에서 따온 말로 하나의 카드를 여러 개로 쪼개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현역 의원 영입과 군소 신당 등과의 통합 작업 등에서 쪼개기식 전략을 펴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12월 안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한 달여 동안 '몸집'을 꾸준히 키우면서 국민의 관심이 멀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정치적 이벤트를 벌여왔다. 더민주 탈당 직후 전국을 순회하면서 '새 정치' 메시지를 던진 것도 일종의 살라미 전략이었다.

국민의당과 군소 정당들 간의 순차적 통합은 전형적인 쪼개기 전략이다. 국민의당은 25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통합한 데 이어 27일에는 박주선 의원이 주도하는 통합신당과도 통합했다. '반(反)문재인·호남 연대'로 비치는 야권 연대가 연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로써 국민의당은 원내 의석 17석을 확보해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에 근접하게 됐다. 국민의당은 '소통합'을 결의한 신민당(박준영 전 전남지사 주도) 민주당(김민석 전 의원 중심)과의 통합 방안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이어 정동영 전 의원과 동교동계 세력의 합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번에 태풍을 몰고 올 수는 없지만 잔잔한 안풍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이벤트 전략을 짜는 셈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을 떠나는 현역 의원들도 집단 탈당이 아닌 시간을 두고 개별적으로 탈당한 뒤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당에 가랑비식 타격을 줘왔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23명이 열린우리당에서 한꺼번에 탈당한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집단 탈당할 경우 더 큰 이벤트가 될 수 있지만 쉽게 흥분하고 또다시 쉽게 잊어버리는 상당수 대중의 속성을 감안하면 탈당 효과의 지속성은 미미할 수 있다.

실제로 천정배 의원이나 박주선 의원처럼 신당 창당 추진 세력이 아니라 더민주 탈당 세력으로 분류돼 국민의당에 합류한 문병호ㆍ유성엽ㆍ황주홍ㆍ김동철ㆍ임내현ㆍ권은희ㆍ김한길ㆍ김영환ㆍ김관영ㆍ최원식ㆍ주승용ㆍ장병완ㆍ김승남 의원 등은 순차적으로 탈당하면서 야권의 원심력을 강화해왔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지도부를 서서히 옥죄어 진이 빠지게 하는 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권투 게임에서 잔 펀치를 계속 받다 보면 결국 KO 당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살라미 탈당'의 파괴력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이다.

국민의당이 신당 세력들과의 통합 과정에서 노리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천정배ㆍ박주선 의원의 잇단 합류로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던 신당 흐름의 구심력은 국민의당으로 모아지는 양상이다. 국민의당은 당 대 당 통합을 통해 컨벤션 효과를 누리면서 주춤했던 지지율이 오르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은 순차적 통합에 이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국회 운영에서 제3의 독자 목소리를 낼 경우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지지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더민주를 탈당한 박지원 의원은 27일 "이제 민주당(박준영+김민석)과 정동영 전 의원만 함께하면 '중통합'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더민주를 제외한 야권 신당 세력들이 '소통합'을 넘어 '중통합'을 완성할 경우 야권은 크게 '더민주+정의당 연대' '통합 야권 신당'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두 세력은 총선에서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편 부분적 협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이 이처럼 살라미 전략을 펴는 것은 기본적으로 유권자들의 이목을 계속 잡아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정치적 약자이자 취약한 세력이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여유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되는대로 곧바로 추진하고 발표하는 것'이란 현실적 배경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같은 전략에 대해 비판하고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전략적으로 비치는 쪼개기식 통합·영입 방식은 '새 정치'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낡은 정치' 행태에 가깝다는 지적이 있다. 또 8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날림 공사'라는 비판도 있다. 가령 진보 성향이 있는 국민회의와의 통합으로 국민의당이 중도 노선을 포기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은 새 정치 비전 실현과 현실 정치 여건의 괴리 속에서 불가피하게 살라미 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다"면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통합·영입을 하더라도 국민의당의 일관된 정체성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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