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여 다야' 구도 속 전통적 野 텃밭서도 與 후보 승리 가능성

야권 표 분열 불가피...일부 지역선 당락에 결정적 영향 미쳐

안철수·심상정·김한길 등 야권 중량급 의원들도 안심 못해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4·13 총선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권 분열로 인해 수도권 선거 대결 구도는 '1여 다야(一與多野)' 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26일 서울 지역 예비후보자 등록 현황과 안철수 의원 측 국민의당 움직임 등을 바탕으로 수도권 지역의 총선 구도를 살펴보면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와 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후보 간 3파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천호선 전 대표 등 유력 후보들이 나설 경우 4자 대결 양상으로 치러지는 곳도 생겨난다. 물론 야권 후보 간 연대나 당 대 당 연대 가능성이 남아 있긴 해도 아무래도 야권 분열은 새누리당에게 호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같은 구도가 유지된다면 안철수, 김한길, 박영선, 이석현 의원 등 야권의 중량급 의원들도 당선을 장담하기 힘든 혼전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새누리당이 수도권의 전통적 야당 강세 지역에서도 승리를 맛보며 이른바 '수도권 싹쓸이'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국민의당 창당을 앞둔 안철수 의원부터 당선을 확신할 수 없는 처지다. 안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 병의 경우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 외에도 이동학 더민주 전 혁신위원까지 도전장을 던졌다. 여기에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지역구 탈환을 위해 출마할 가능성도 남아 있어 4자 대결이 될 여지도 있다.

1여 다야의 구도였던 지난 18대 노원병 총선 결과를 보면 홍정욱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후보가 43.10%를 얻어 당선됐고, 2위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40.95%, 3위로 통합민주당 김성환 후보가 16.26%를 얻어 낙선했다. 야권 전체의 지지율은 높았지만 표가 갈리면서 여당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3자 대결에서도 여당이 이겼는데 4자 대결이 된다면 더욱 여당이 유리해질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경기 안산 상록 을의 경우 5선을 노리는 김영환 국민의당 의원도 홍장표 전 새누리당 의원과의 양자 구도에서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은평 갑에선 5선인 이미경 더민주 의원은 양자 대결에서 새누리당 후보인 최홍재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에게 밀리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 전통적인 야권 강세 지역인 경기 안산 단원 을에서도 허숭 새누리당 후보가 부좌현 더민주 의원을 양자는 물론 다자 구도 모두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경기 안양 동안갑의 경우도 더민주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지난 19대 총선에서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당선됐지만, 국민의당이 영입한 곽선우 변호사(전 성남FC 대표)와의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새누리당 후보의 '어부지리 당선' 가능성도 있다.

또 더민주와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심 대표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 덕양 갑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170표 차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표 차이로 당선자가 나온 곳이다. 일 대 일 구도로도 당시 석패했던 18대 의원을 지낸 손범규 새누리당 덕양 갑 위원장과 또 한 차례 불꽃 튀는 승부가 예상되는데, 안철수 신당의 후보가 이 지역에 출마하게 된다면 심 대표에겐 치명적인 상황이 될게 분명하다.

서울 영등포 을도 야권 분열의 파도에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영등포 을은 새누리당의 권영세 전 주중대사와 신경민 더민주 의원의 리턴매치가 예상되는 가운데 안철수 신당 측에서는 진재범 국제변호사가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앞선 19대 총선에서는 신 후보가 4만5,458표로 권 전 대사(4만950표)를 누르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야권 지지층에서 일부라도 안철수 신당 후보 쪽으로 돌아설 경우 아무래도 신 의원에겐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웅래 더민주 의원이 있는 서울 마포 갑도 안대희 전 대법관의 이른바 '험지 출마'로 접전이 예상된다. 노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54.25%의 득표율로 42.83%를 차지한 신영섭 전 마포구청장을 12%포인트가 넘는 상당한 차이로 앞서며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량급 인물을 상대해야 하는데다 이 지역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출마하면 선거 향배는 쉽게 점칠 수 없게 된다. 새누리당의 수도권 압승 시나리오가 아주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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