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개혁세력 복원·전국 정당화 취지…'YS 지지' 내부이견 불발
서거·창당 60년 맞물려 재평가 본격화… 당내 계파 따라 온도차도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황혜진 기자] 지난 9월 민주당 창당 60주년을 계기로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에 시동을 걸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YS 끌어안기' 시도는 사실 지난 대선 당시 구체적으로 진행된 바 있었던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측은 김 전 대통령의 문 대표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경남중고교 선후배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상도동을 예방해 그 자리에서 YS가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형식의 지지 선언이 성사 단계까지 갔었으나 오히려 우리 쪽 내부의 이견으로 불발됐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문 대표는 YS 대신 김덕룡 당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문정수 전 부산시장, 최기선 전 인천시장, 심완구 전 울산시장, 그리고 이신범 박희부 전 의원 등 일부 상도동계 인사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었다. 문민정부 시절 신한국당을 이끌었던 강삼재 전 사무총장도 문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 씨도 당시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번 선거는 민주세력이 이겨야 한다"며 사실상 문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한 관계자는 "독립운동 후예와 민주화운동 후예, 상도동과 동교동의 후예 등 한국현대사의 큰 틀에서 민주화개혁세력을 복원해야 한다는 게 문 대표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에 YS 지지까지 추진했으나 과거의 선례때문에 접었다는 이야기다.

자칫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YS 시계' 파동이 재현되면서 전통적 지지층의 이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김 전 대통령과 결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나섰던 2002년 상도동을 방문, 과거 김 전 대통령이 선물한 손목시계를 보이면서 "장롱 안에 넣어뒀었는데 지나고 보니 내 생각만 맞는 것 같지는 않다"며 우호적 태도를 보였지만 역풍에 부딪힌 바 있다.

문 대표는 지난해 6월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 전 대통령을 병문안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말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옆에 있던 현철 씨가 "격려해주시라"라고 전했으며, "덕담 한마디 해주시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문 대표의 손을 꼭 잡았다는 후문이다. 문 대표는 문병 사실을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다가 지난달 구기동 자택으로 당직자들을 초청, 만찬을 한 자리에서 뒤늦게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연합은 내달 하순께 펴낼 '창당 60년사'에서 40대 기수론 주창, 신민당 총재로서의 활동 등 3당 합당 이전 시점까지 김 전 대통령의 활약상을 담기로 하는 등 재평가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문민정부에 대해 직접적 평가는 안 하더라도 "YS정부의 금융실명제, 역사바로세우기 등 개혁과 역사인식에 비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후퇴했다"는 기조로 우회 평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창당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가 지난 9월 창당 60주년 기념식에서는 김 전 대통령 인터뷰를 추진했으나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성사되지는 못했다.

창당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3당 합당 이전까지 YS는 분명히 우리 역사의 일부라는 관점에서 기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이 중앙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좌·우측 하단에 각각 배치된 배경막이 국회 당 대표실에 걸렸다가 일부의 항의로 곧바로 배경막을 바꾼 해프닝에 비춰보면 김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에 여전히 복잡한 측면이 없지 않아 향후 재평가 과정 등에서 온도차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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