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개관 앞둔 기념도서관과는 별도 운영 계획

'민주화투쟁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한 상도동계 산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울 상도동 사저를 '민주화 성지'로 보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김 전 대통령측 관계자는 24일 언론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은 규모는 작지만 수십 년에 걸친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라면서 "김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가 계시지 않더라도 후대에 이런 역사를 알리기 위해 있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0년대 말 붕괴 위험 진단을 받으면서 새로 지어진 상도동 사저는 대지 333.8㎡(101평)에 1층 152㎡(46평), 2층 109㎡(33평), 옥탑 16.5㎡(5평) 등을 갖춘 주택으로, 역대 대통령 사저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로 알려져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상도동 자택을 포함해 전 재산을 '김영삼 민주센터'로 기부했다. 자택 인근에는 이를 재원으로 건립하는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이 내년 초 개관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유족 측은 기념도서관과는 별도로 상도동 자택을 원형대로 유지한 기념관 형식으로 남기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사저에는 가능하면 가재도구와 옷가지를 포함해 김 전 대통령과 손 여사가 함께 생활하던 그대로 생생히 보존할 방침이다. 김 전 대통령의 휘호를 비롯해 유품을 모아 전시함으로써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엿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시 말해 '인간 김영삼'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명소로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지하 4층, 지상 8층 규모의 기념도서관에는 김 전 대통령의 출생부터 성장, 집권, 퇴임 후까지의 각종 자료와 서적, 동영상 등을 전시해 '민주주의 교육장'으로 활용한다.

지난 1969년 성북구 안암동에서 상도동으로 거처를 옮긴 김 전 대통령은 46년간 이곳에 뿌리를 내려 민주화 투쟁의 '전진 기지'로 삼고, 1992년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에 반대하다 초산 테러를 당한 곳도, 전두환 정권에 맞서다 가택연금을 당하고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벌인 곳도 바로 상도동 자택이었다. 여기서 유래된 '상도동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현대 정치사의 양대 계파로 쌍벽을 이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은 현재까지도 여권의 수뇌부로 활동하고 있으며,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정치권을 주름잡은 숱한 인재가 배출됐다.

한편 지난 2010년 5월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 장목면에는 김 전 대통령이 13살까지 성장했던 생가와 바로 옆에 대지 475㎡의 2층 건물인 대통령 기록전시관이 개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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