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기싸움'에 당내 분란까지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평가도 나와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은 '셀프 성형도구'를 소개하는 등 '시선끌기' 경쟁이 더욱 심해졌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8일 종료됐다. 여야 모두 '집안싸움'에 집중하느라 정작 국감에서 제시돼야 할 정책은 실종된 모습이었다. 특히 올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기싸움'에 당내 분란까지 겹쳐 '역대 최악'의 국감이었다는 혹평까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또다시 국감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여야는 이같은 비판 여론에 각각의 해법과 각오를 밝혔지만 개선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인 채택 문제나 피감기관의 지적사항 이행 정도 등을 점검하고 사후조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고질적인 국감 관행이 20대 국회로 이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감 점수를 매겨달라는 주문에 "점수가 좋은 것 같지 않다"고 자성했고,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야당이 좀 더 열정을 갖고 강력한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노력의 한계를 정직하게 고백한다"고 말했다.

국감 시작부터 예견된 '망조'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들고나오면서 야당의 전열은 크게 흐트러졌고 여론의 시선도 야당 내홍으로 쏠렸다. 야당의 '집안싸움'이 일단락된 후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문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뜻을 모으면서 여권 전체로 불길이 번져 나갔다.

총선을 앞둔 만큼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를 겨냥한 공세도 난무했다. 야당에서는 김무성 대표 사위의 마약사건을 국감 내내 물고 늘어졌고, 여당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면제 의혹을 다시 들춰내며 역공에 나섰다. 국감 중반 이후에는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이슈로 부상하면서 의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주요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송곳질의' 대신 '맹탕질의'만 이어지기도 했다. '롯데사태'와 관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감장에 나왔지만 정작 의원들은 "한일전 축구 때 한국을 응원하겠느냐"거나 자신의 지역구에 골프장을 건설하지 말라는 등 질의로 김을 뺐다.

정부·여당의 최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노동개혁이나 전월세 대란, 청년 일자리 대책 등 민생에 직결된 이슈들도 심도있는 토론없이 무난한 질의와 답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한 특별감사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한 국감도 증인 출석 문제로 공방을 벌인 끝에 파행했다.

반면 고성 막말이나 피감기관과 증인을 향한 고압적 질의나, '셀프 성형도구'를 소개하는 등 '시선끌기' 경쟁은 더욱 심해졌다. 보건복지위에서는 기관장의 성희롱 의혹을 추궁하던 중 의혹이 된 발언을 인용해 "물건을 꺼내보라"는 요구를 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구파발 검문소 총기 사고가 미필적 고의 아니냐는 질의를 하던 중 경찰청장에게 모의권총을 주고 격발해보라는 '망신주기성' 요구도 있었다.

피감기관장들도 무성의한 태도나 부적절한 대답으로 논란을 키웠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분간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자 "머리가 나빠서, 7분 내내 질문만 하셔서 뭘 답변할지 모르겠다"고 답해 고성이 오갔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자신의 답변이 제지당하자 "어허, 참"이라고 호통치듯 말해 국감 파행을 초래했다. 국감 후반에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연일 '공산주의자' 등 발언으로 이념 논란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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