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지역구 감소·수도권 분구 등 최소화하려는 취지

인구 하한선 지역 둘러싸고 '자의적 기준' 논란 소지도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총선에서 농어촌 지역구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구 획정 기준의 대원칙인 '하한·상한 인구 산정 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획정위 관계자는 4일 "인구가 적정 규모인 특정 지역구를 하나 선택해 하한선으로 잡고, 이를 기준으로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을 적용하려 한다"면서 "이 방식으로 농어촌 지역구 감소도 최소화하면서 인구상한 초과로 '분구'를 해야 하는 대도시 숫자도 최대한 억제하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는지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는 역대 선거구획정위에서도 사용됐던 방식이기도 하다"고 했다.

당초 획정위는 인구 산정 기준일을 8월 31일로 정해 이 시점의 우리나라 총 인구(5,146만5,228명)를 현행 지역구 숫자인 246개로 나눠서 전국 선거구 평균 인구를 산출했으며, 전국 선거구 평균 인구를 기준으로 해서 인구 편차 2대 1을 충족시키는 하한·상한 인구를 정했다. 이에 따라 결정된 게 평균 인구 20만9,209명, 하한 인구 13만9,473명, 상한 인구 27만8,945명이다.

그러나 획정위는 이 방식을 변경해 현행 246개의 선거구 가운데 13만9,473명보다 인구가 다소 많거나 적은 '적정 규모'의 최소 선거구를 하나 선택해서 그것을 '하한 인구'로 정하고 그로부터 인구 편차 2대 1을 충족시키는 '상한 인구'를 정하는 방안을 놓고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향후 '하한·상한 인구'가 현재보다 다소 높아지거나 또는 낮아지게 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상·하한 인구가 지금보다 다소 높아진다면 인구 상한 초과로 '분구' 대상이 되는 수도권 지역구 숫자가 다소 줄어든다. 결국 그만큼 농어촌 지역구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반면 상·하한 인구가 지금보다 낮아질 경우 인구 하한 미달로 조정 대상 선거구에 포함됐던 농어촌 지역구의 일부가 자연히 인구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조정 대상에서 빠져 나와 살아남게 된다.

특히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지역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충족한다. 또한 10개 안팎의 농어촌 지역구 감소가 예상됐던 것을 5∼6개 안팎의 농어촌만 줄이면 되는 효과가 생긴다.

앞서 17대 총선 당시 선거구 획정 때에도 인구 하한선을 전남 강진·완도로, 인구 상한선을 부산 해운대 기장갑으로 잡았으며, 18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에서도 인구 하한선을 경북 영천으로, 인구 상한선을 경기 용인·기흥으로 잡았던 '전례'가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인구 하한선의 기준이 되는 특정 선거구를 어떤 지역구로 정할지를 놓고 '자의적 기준'이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획정위 관계자는 "선거구 인구 편차의 허용 기준은 편의상 그렇게 잡은 것"이라며 "헌재가 말한 2대 1만 충족시킨다면 헌재 판결의 취지인 '선거권, 평등권 유지'는 침해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관계자도 "이 기준대로 하면 헌재가 결정한 인구 편차 2대 1 기준을 충족시키면서도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2대 1을 맞추기 위한 방법적 측면을 바꾸겠다는 것이니 헌재 결정에도 완전히 배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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