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겨냥한 '군사굴기' 과시"… "신무기, 놀랄 일 아냐" 열병식 의미 축소도

"박 대통령, 日과 대립 피하며 中 대북협력 견인에 초점… 한미동맹 인식 견고"

사진=YTN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중국이 3일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을 기념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개최한 데 대해 미국 워싱턴 조야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며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동맹국 가운데 유일하게 박근혜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독특한 역할을 감안해 박 대통령의 '어려운 결정'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컸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우선 미국의 전문가들은 중국 군대가 1만2,000명의 병력과 함께 500여개의 각종 무기와 장비, 200대의 다양한 군용기들이 등장시킨 것에 대해 '군사굴기' 과시의 목적과 함께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했다.

타이완과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남중국해 등지에서 미군의 작전에 중국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췄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주변국들에 보내려 했다는 분석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중국의 이번 열병식을 군사외교적인 '스왜거링'(Swaggering)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화려한 열병식을 통해 군사적 위용을 과시해 잠재적 적국에게 심리적 위압감을 주려는 포석이라는 얘기다. 차 석좌는 "군사적 과시 전략과 함께 시 주석이 대내적으로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 선임연구원은 "시진핑이 전달하는 평화 메시지와 열병식을 통해 선보인 전쟁무기는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부회장은 "시 주석이 군 통수권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는 동시에, 역사적 또는 현재적 관점에서 반일 정서를 조장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수전 셔크 캘리포니아대학 21세기 중국연구 석좌는 WP에 "이번 행사는 2차 세계대전에 관한 것이지만, 동시에 2차 대전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겉으로는 반일적 수사(修辭)를 낮추고 있지만, 이번 열병식은 일본과 이를 비호하는 미국을 겨냥한 경고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언론들은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들의 80% 이상이 외부에 첫 선을 보였다고 밝혔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주요 무기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외국에 알려졌던 것"이라며 열병식의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도 중국이 중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둥펑-21D'(DF-21D)을 공개한 데 대해 "열병식에서 군사무기를 선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놀랄 일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도 아니라"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한 것을 놓고는 중국으로부터 북한 문제와 관련한 전략적 협력을 끌어낸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중국이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려고 하는데 대해 동참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박 대통령은 중국을 상대로 지속적이고 방법론적인 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는 북·중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건설적이고 온건한 접근을 꾀하고 있다"며 "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행사 때 중국과 함께 일본을 비판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피했다"고 평가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박 대통령은 북한을 압박하는 데서 중국으로부터 더 큰 협력을 끌어내고 한·중·일 3자 간의 협력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했다"고 평가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은 매우 견고하며 한중 관계 발전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가정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 내에서는 이번 열병식이 갖는 대북 메시지에 주목하는 시각도 나온다.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한 미국 언론인인 도널드 커크는 이날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옆에 서있는 모습은 북한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메시지"라며 "북한 김정은이 보낸 특사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이번 행사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의 투정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앞으로 한국과 사이좋게 지내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보다 나은 방법이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한·중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보낸 경고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었으며 북한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도 미국 국무부는 "역내 국가들의 좋은 관계가 해당 국가들과 미국의 이익에 모두 부합한다"면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공감한 것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본원칙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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