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문제 한중공조 우려에 수위조절… 향후 한중일 정상회담도 고려

시진핑도 지난 4월 파키스탄 의회연설서 日 직접 지칭않고 '환난지교' 언급

사진=YTN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어려움을 함께 겪은 벗'이라는 의미의 '환난지교(患難之交)'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면서 양국이 항일(抗日)운동의 역사를 함께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세기 양국이 함께 겪은 환난지교의 역사가 오늘날 양국 우의의 소중한 토대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 양국이 직면한 여러 도전을 해결하는 데도 잘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박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한중 양국은 제국주의의 침략과 강점에 맞서 싸웠다"면서 "마침내 두 민족은 목숨 걸고 맞서 싸워 해방을 이뤄냈다"고 말해 '항일'이라는 역사적 공통점을 언급했다.

다만 양국 정상은 '일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는 일본이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역사문제에서 한중 공조전선을 재확인하는 그림을 보이는 상황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수위조절 차원이라고 보여진다. 아울러 올 가을 우리나라에서 개최를 계획 중인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에 미칠 영향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이러한 양국 간 공통적 역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동북아 외교 안보뿐 아니라 경제협력까지 미래지향적 협력을 공고히 하자는 데 두 정상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가 더욱 공고화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편 '환난지교'는 우의를 강조할 때 중국인들이 즐겨쓰는 말로, 중국 인민망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 역시 지난 4월 21일 파키스탄 의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제국주의, 식민주의 침략과 핍박을 당해 유사한 역사적 배경과 투쟁 과정이 양국 국민들의 마음을 통하게 했다"고 파키스탄과의 우의를 설명하면서 일본을 직접 지칭하지 않고 이 사자성어를 언급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 2008년 방중 당시 베이징대학을 연설 자리에서 당시 쓰촨성 대지진 참사로 희생된 중국민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한·중 양국이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환난지교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이 단어를 사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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