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사실상 '빈손 종료'… 대부분 유야무야 마무리

"이슈 때마다 즉흥적으로 신설…역할 겹치고 활동 미흡·성과 미미해"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갖가지 위원회들이 잇따라 꾸려지면서 이들 위원회들의 위상과 효율성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주요 정치 현안이 터질 때마다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양산되는 형국이어서 ‘옥상옥 위원회’로 효율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위원회 난립에 다소 부정적인 한 관계자는 “당이 위원회 만능주의에서 좀처럼 벗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근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위원장 안철수)의 경우만 해도 국정원의 스마트폰 해킹 프로그램 의혹으로 국민적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꾸려졌지만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찾지 못하고 사실상 활동이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실제 안철수 의원은 지난 19일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유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할 때 민간인 해킹 의혹의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활동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이었다.

안 의원은 이후 중선거구제 및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하는 등 정치 개혁 관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박영선 전 원내대표,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공정성장론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경제 담론 주도권 경쟁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으로서 국정원 해킹 의혹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실상 빈손으로 종료되자 일종의 출구전략을 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뿐이 아니다. 현재 새정치연합에는 이미 30개의 특위가 존재하고 있다. 지난 연말 비선 실세 농단 논란이 정국을 강타했을 때는 친박권력형비리게이트대책위원회(전병헌)가 만들어졌고, 해외자원개발 문제가 불거졌을 땐 MB정부해외자원개발국부유출 진상조사위원회(노영민)가 생겼다. 주한미군탄저균비밀반입사건 대책위원회(심재권), 우리아이무상의무급식지키기 특별위원회(설훈) 등도 모두 이슈가 생길 때마다 앞다퉈 생겨났다.

문제는 이들 특위가 내놓는 성과가 미미하다는 데 있다. 실제 대부분의 특위가 처음 만들어질 때 가졌던 포부와는 달리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처럼 유야무야 마무리되는 일이 허다하다. 심지어 일부 특위는 회의 개최 수가 한두 번에 그치거나 곧이어 터지는 이슈들에 묻혀 제대로 활동도 안하고 해단도 하지 않는 등 유령 같은 위원회로 전락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예 이들 특위들이 당이나 원내 차원의 전략 기구와 일정 역할이 겹치면서 처음부터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빛좋은 개살구’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이에 일부 당 관계자들 중에는 “굳이 매번 이런 위원회를 또 만들 필요가 있나"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나온다.

예컨대 당 공천혁신추진단(단장 원혜영)이 가동되고 있고, 당권재민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만들어졌는데 정치개혁과 관련해 그 위상과 역할이 상당 부분 겹친다. 지역분권정당추진단(단장 김부겸)과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주승용), 국민통합특별위원회(추미애)의 차별성도 구별하기 어렵다. 최근에 남북 문제가 터지자 박지원 위원장을 내세워 만든 한반도 평화·안전보장특별위원회의 역할도 이미 당에 존재하고 있는 남북관계발전 및 통일위원회(이인영)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이들 특위들이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떤 활동을 하고 무엇을 논의했는지, 어떻게 일을 진행하는지 등에 대해선 들리지 않는다. 최근 노동 개혁과 관련해 만들어진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원회(추미애)와 재벌개혁특별위원회(박영선)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 특위의 미래도 수십 개의 다른 특위들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새정치연합의 위원회 양산 현상과 관련해 한 전문가는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치밀한 사전 설계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때그때의 이슈에 따라 즉흥적으로 위원회가 신설돼 실질적인 기능을 담보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원회가 만들어질 때마다 조직 인원 수요나 일에 대한 부담 가중 등 비효율성도 증대된다”고 덧붙였다. 당의 한 관계자도 “국민 여론을 의식해 생색내기식 위원회를 만들거나, 명망 의원들을 내세워 관심끌기용 위원회를 만든다는 비난을 피하려면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특위 설립 여부에 대해 좀더 심사숙고해야 하고, 실제 활동 과정과 마무리 작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특별위원회 목록>

공천혁신추진단(단장 원혜영) 네트워크정당추진단(단장 최재성) 지역분권정당추진단(단장 김부겸) 민주당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전병헌) 표현의자유특별위원회(유승희) 국민통합특별위원회(추미애)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이미경) 의료영리화저지특별위원회(김용익) 원전대책특별위원회(유인태) 남북관계발전 및 통일위원회(이인영) 신공안탄압저지 대책위원회(이종걸) MB정부해외자원개발국부유출 진상조사위원회(노영민) 방위사업부실비리 진상조사위원회(윤후덕) 정책엑스포 조직위원회(김진표)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회(주승용) 세월호대책 특별위원회(유성엽) 우리아이무상의무급식지키기 특별위원회(설훈) 친박권력형비리게이트 대책위원회(전병헌) 당권재민 혁신위원회(김상곤)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강철규·정세균) 주한미군탄저균비밀반입사건 대책위원회(심재권) (가칭)교육자치 사수(실현)를 위한 대책위원회(유인태)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안철수) 장준하선생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유기홍) 경제정의노동민주화 특별위원회(추미애) 재벌개혁 특별위원회(박영선) 조선해양산업 대책위원회(김관영·백두현) 한반도 평화·안전보장 특별위원회(박지원)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 특별위원회(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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