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까지 나서 남북관계 개선 '합의 이행' 강조

남북관계 개선으로 국제사회 고립 탈출 노리는 듯

사진=SBS 자료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남북 합의 이행'을 언급한 이후 북한 매체들도 일제히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글을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9일 '남북관계 발전의 새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글에서 "남북 고위급 긴급 접촉을 통해 위험한 사태는 일단 수습됐지만 그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관계 개선과 통일의 길로 힘차게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체제 인정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남북관계 개선 조건으로 거론하며 "대결과 불신의 각오를 털어버리고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건설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주문했다.

북한의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도 '소중한 합의를 관계 개선에로'라는 글에서 이번 남북 합의를 "군사적 충돌을 막고 긴장을 완화하며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공화국의 투쟁과 성의있는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하며 합의 준수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통일신보는 당국회담, 이산가족 상봉, 민간 교류 활성화 등 합의 내용을 거론하며 "지난 시기의 대결·적대 관념에서 벗어나 민족 공동의 요구와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민족 공조, 민족 단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대외용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한 정당한 조치'에서 남북 간 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해 "민족의 안전과 평화를 수호하며 남북관계 개선의 넓은 길을 열자"고 호소했다.

북한 선전 매체가 이같은 보도를 잇달아 내보내는 것은 모처럼 맞은 남북 대화 국면을 바라보는 북한의 기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북한 최고 지도부는 잇달아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고위 당국자 접촉이 타결된 지난 25일 오후 북측 수석대표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시작으로 27일에는 대표인 김양건 노동당 비서, 28일(보도 날짜)에는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나서 합의 이행 의지를 천명했다.

이번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이뤄진 합의가 단순히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겠다는 목표뿐 아니라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전환점으로 삼으려는 속내가 담겼음을 보여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타결된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설한 결실로 가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번 합의에 대해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고 파국에 처한 남북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라고 평가했다.

북한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지난 25일 전 주민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에 직접 출연해 "북남관계 개선의 새로운 분위기를 마련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합의 실행 의지를 밝혔다.

이틀 뒤에는 북한 대남 전략의 수장인 김양건 비서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고위급 접촉의 합의 정신에 기초해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남북관계를 풀지 않고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데다 대미관계는 물론 심지어 중국관계도 원만하지 않은 현 상황을 감안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김정은 정권이 체제 안정과 민심을 다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외적 환경 관리와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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