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차 혁신안에 대한 정치권 평가 대체로 낮아

김상곤 조국 등 혁신위원 활동 기대에 못 미쳐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출범했던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활동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정치권의 평가가 그리 높지 않다. 출범 당시만 해도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 촌부인 임미애씨 등 정치권 밖 유명 인사가 대거 참여해 정치권의 큰 주목을 받았으나 여태껏 이렇다할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국회법 거부권 정국(유승민 사태), 국정원 해킹 의혹 논란 등 대외적으로 혁신위 활동이 주목받기 어려운 요소들은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의 존재감은 당초 기대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출범한 혁신위는 29일까지 총 6차례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혁신안을 잇따라 내놓을 때마다 당내 저항과 반발이 이어지며 당내 계파 갈등을 촉발한 면이 적지 않았다. 혁신위 활동 초기에는 혁신위가 문재인 대표 체제를 지원한다는 의구심을 품은 비주류의 견제로 마찰음이 빈번했다. 또 일련의 혁신안은 과거 다른 혁신위가 내놓은 내용과 크게 다를 것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여기에 당으로부터 전권을 부여 받은 혁신위는 매번 정치적 파장이 큰 안을 사전 조율 없이 발표해 당 지도부와의 이견을 여과 없이 드러내 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1차 혁신안 중 '재보선 원인 제공자 무공천 방침'은 다가올 10월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말자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는 호남지역 등에서 치러지는 10월 재보선 승리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사실상 문 대표를 향한 반대 진영의 공세를 미리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또 최고위원회와 사무총장직을 폐지하고 5본부장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2차 혁신안은 오히려 문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란 비판을 받았다.

정당 개혁 전반을 다룬 3차 개혁안은 메르스 정국과 유승민 사태에 묻혀 국민의 시선을 끌지 못했고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의 공천권을 완전히 시·도당에 넘기는 등의 내용을 담은 4차 혁신안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어진 5차 혁신안은 당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5차 혁신안은 선거제도 혁신을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지만, 혁신위는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기존 300명에서 369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국민적 반감을 촉발했다. 당장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은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후폭풍도 컸다.

이에 당 내에서는 ‘내용적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현 시점에서 굳이 공론화하지 않아도 될 사안을 무턱대고 발표하는 바람에 대국민 여론전에서 불리해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안철수 의원마저 "선거제도를 먼저 바꾸고 성과를 낸 이후에 국회의원 수를 논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꼬집을 정도였다. 문 대표 역시 혁신위의 의원 정수 확대안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의원 정수 확대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혁신위는 이후 ‘민생복지정당’을 당 정체성으로 제시한 6차 개혁안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은 오로지 ‘민생파’만 존재한다”며 “민생은 좌, 우, 중도 등 이념적 단어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 각론이 결여된 선언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 비주류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혁신위를 정면 겨냥했다. 조 의원은 "혁신위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국회의원 숫자 늘리기,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최고위원회 폐지 등 논란거리만 제공하고 있다"며 비례대표제 폐지, 의원정수 축소, 혁신위 폐지를 요구했다. 조 의원은 문 대표를 향해서는 "더이상 공천권에 연연하지 말고 즉각 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이 내년 총선에 승리할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면 문 대표부터 모범을 보이라"며 총선 불출마 선언을 접고 부산에 출마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조 의원은 최고위원까지 하신 분이라 당이 이런 사태로 온 데 책임이 있다. 그런 발언은 경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혁신위의 1~6차 개혁안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당내 비주류는 비판 일색이다. 야권 지지층은 나아가 아예 무관심한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개혁안 자체가 참신하지도 않은데다, 일부 내용에서 당 지도부에게 유리한 조항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비노 진영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혁신위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혁신위 활동이 결국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란 이야기는 이미 여의도 정가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