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의혹 결정적 증거 없어… 플랜B 고민

로그 파일 등 자료 제출 요구로 압박 강화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해왔던 새정치민주연합이 28일 '플랜B'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다, 이를 뒤집을 만한 ‘결정적 한방’도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여기에 국정원이 당에서 요구하는 자료 제출에도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당 일각에서는 “국정원과 여당이 국가 안보로 버티며 로그파일을 제출하지 않으면 증거를 확보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라며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당장은 해킹 정국의 판을 뒤집을 ‘묘수’를 찾는 데 골몰하기로 하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 결과를 '셀프 면죄부'로 규정하고 추가 공세에 들어갔다. 이 원내대표는 “국정원이 해킹 사찰 의혹을 셀프 검증하고 여당이 함께 면죄부를 셀프로 발급했다"면서 "국회를 능멸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조만간 있을 전문가 간담회와 상임위 추가 현안보고를 앞두고 로그파일 제출이나 전문가 참여를 통한 검증 등 전제조건 관철을 위한 압박도 강화했다. 그는 “국정원이 객관적 근거 및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민간인 사찰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고 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자료 제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여당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거짓말했거나 여당조차 국정원에 속은 것"이라며 "어느 쪽이라도 이대로는 신뢰에 바탕을 둔 여야 협상을 계속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국정원의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킹 의혹 사안이 아닌 다른 사안으로 이뤄질 여야간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플랜B' 가동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 의원은 "준청문회는커녕 보통의 상임위 수준에도 못 미쳤다. 상임위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라며 "자료 확보를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심각하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간인 사찰 의혹 규명에 무게중심을 두던 그간의 행보에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언론에 "(국정원이) 하도 믿어달라고만 하니까 누구는 교회에 온 것 같다고 하더라"라고 비꼰 뒤 "국정원이 결정적 자료를 갖고 있는 만큼 어떻게 할지 원내 지도부와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전문가팀의 자료 분석과 별개로 제도적 부분에서 문병호 의원 등이 국정원 제도개혁 및 사이버 안보능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8월 중 필요하다면 토론회를 열고 입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전날 국정원의 발표로 대여 공세의 동력이 약화되고, 나아가 더 이상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고민이 점차 커지고 있다. 안 의원이 국정원을 향해 로그파일 등 핵심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배경도 사실상 국정원이 끝까지 버티면 근거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는 관측이다. 또 전날 여야 추천 외부전문가와 국정원 실무자 간의 간담회를 개최하더라도 의혹을 해소할 증거 확보가 가능할 지 여부도 불투명한 점은 부담이다.

다만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탈리아 해킹팀 유출자료에 대한 자체 분석결과가 이르면 다음 달 초 발표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한 듯 "이번 의혹과 국정원의 행태를 볼 때 실체적 진실 한 조각만 나와도 휘발성 있게 폭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은 것이라도 계속 규명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경태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여든 야든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지나치게 정쟁으로 흐르는 그런 느낌에 대해서는 서로가 더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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