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찬성론 "의원 수 늘려서 유권자 대표성과 행정부 견제 기능 강화해야"

확대 반대론 "의원들이 정쟁 도구 되고 있는데 의원 수 늘리면 정쟁 가열"

권혁주(왼쪽)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정하용 경희대 교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국회의원 정수 확대 여부 문제가 여름 정국의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26일 5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1로 재설정하자는 선거관리위원회 제안에 따라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더 나아가 390명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의원 세비 삭감도 함께 제안했다.

이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지난 3월 정치 개혁을 촉구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의원 정수 360명으로 증원(지역 240명, 비례 120명)을 제안한 바 있다. 이같은 야권의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은 27일 국회의 낮은 생산성에 대한 비판 여론과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거론하면서 "염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새누리당은 동시에 야당에 대해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공천 개혁의 일환으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수용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학계에서도 두 갈래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의원 정수 확대론자들은 "의원 수를 늘려서 유권자 대표성과 행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의원 정수 확대 반대론자들은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정쟁 도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 수를 늘리면 정쟁만 더 가열된다"고 비판한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의원 정수와 국회의 생산성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의 수를 줄이기 위해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하용 경희대 교수는 "농촌 지역의 과대 대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농촌 선거구 줄이기가 어렵게 되자 고육책으로 전체 의원 늘리기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당파적 이해만 앞세웠다"고 의원 수 확대론을 비판했다.

■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국회의원 1인당 국민 수, 선진국 10만 비해 우리는 17만으로 많은 편"
"의원 정수 확대와 일 잘하는 국회는 별개… 다른 제도 개선 병행 필요"
"보좌진 너무 비대… 기능적 측면 개선해 국민 대변하는 모습 갖춰야"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과 현재 국회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의원 정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보다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서 바람직한 국회의 모습을 위해 여의도 구조 자체를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국회의원 1인당 국민의 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의원 1인당 국민의 수가 16만7400명인데, 영국은 국회의원 1인당 국민 수가 9만6264명이다. 독일(13만7299명), 프랑스(11만 85명)는 이보다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회의원 1인당 평균 국민 수는 9만 9469명이다. 물론 미국(72만6733명)과 일본(26만5204명)의 경우는 국회의원 1인당 국민 수가 한국보다 많다. 우리나라도 1인당 국민 수를 유럽의 선진국 수준으로 내리기 위해 의원 수를 적정하게 늘리게 되면 350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다른 것들에 대한 손질 없이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의원 숫자만 조정한다면 의미가 없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면서 국회의원이 국민의 의견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국회의원 1인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인 비용을 볼 때 결코 우리나라의 비용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1인에게 딸린 유급 보좌관과 비서관의 숫자가 너무 많아 국회의원 사무실 운영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렇게 국회의원 1인을 비대한 기관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슬림하게 운영되면서도 국민을 대변하며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회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에는 국회의원 보좌진의 숫자가 적더라도 의원들이 직접 국회에서 밤낮없이 법안을 연구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기계적으로 세비를 삭감하는 것보다는 기능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의원 입법을 많이하는 편인데, 과연 국회의원들이 법률안을 많이 내놓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정부의 법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수정해 정부를 감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거나 늘린다고 해서 국회의원의 권력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국정 활동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단계에서 의원 수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으므로 중장기적으로 개헌을 통해 양원제를 도입하면서 의원 수를 자연스럽게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정하용 경희대 국제학과(정치학) 교수

"의원내각제에선 많은 의원 필요… OECD국가와 단순 비교는 곤란"
"농촌 과대 대표 문제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당파적 이익만 앞세워 추진"
"정치 개혁 위해선 3권 분립 차원에서 의회 입법권 강화가 가장 시급"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국회 개혁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 개선 방안이 있을텐데 왜 하필 의원 수 확대 방안을 이 시점에서 얘기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달갑게 생각할 수 없다. 그것보다는 입법권을 확립하는 노력이 훨씬 시급하다.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대단히 민감할 수 있는 문제인데다 인구 비례로 어느 수준이 적정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국회의원 1인당 국민 수와 관련, 흔히 예로 드는 OECD를 기준으로 삼으면 곤란하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내각제 국가들은 비례대표제이며 정당 투표가 제도화돼 있다. 비례대표제가 채택된 나라에서는 의원 수가 많을 필요가 있다. 사회의 갈등과 균열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다양한 종교·인종·지역 그룹들을 대표하기 위해서는 의원 수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사회적 균열 구조가 양당제·다당제 중 어느 쪽에 적합한지, 내각제·대통령제 중 어느 쪽에 적합한지 등에 대한 연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농촌 지역은 대단히 공동화(空洞化)돼 있다. 지역 주민의 수는 적은데 의원 수는 많은 편이다. 이런 문제들을 공정하게 지역 구조 조정 차원의 문제로 풀어야지, 의원 1인당 평균 수만 가지고 의원 수를 늘리려 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농촌 지역에서 과대 대표되는 문제를 실제로 건드리기엔 농촌 지역 유권자들의 반발 때문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우회해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의견이 의원 전체 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진짜 중요한 문제들은 덮고 피하면서 자기들의 당파적인 이익과 개혁을 같은 선상에 올려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오히려 의회의 입법권 강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도 3권 분립이라고 하지만 미국식 3권 분립과 다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료보장 개혁, 이민 정책 추진 등의 과정을 살펴보면 대통령의 권력보다는 의회의 막강한 입법권이 더 부각된다. 우리나라 국회는 입법의 전문성조차도 행정부보다 못하다. 이는 국회의 입법 데이터만 들여다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대통령 권한이 막강한데다 행정부가 상대적으로 유능하니 의회의 무능함이 더 부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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