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90명까지 확대해야" vs "국민 정서 부합 안 해"

"현 시점서 부적절… 정치 개혁 본질서 벗어나" 의견도

'기득권·밥그릇 챙기기냐' 비판도… 국민 여론은 냉담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일각의 주장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의원 수를 현행 300명에서 최대 390명까지 늘린다는게 요체인데, 가뜩이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은 국민 여론은 이같은 주장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때문에 야당 내부에서도 국민 반감을 우려해 의원 수 확대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또다른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먼저 새정치연합에서는 비례대표 수를 현재의 54석에서 123석으로 늘려 의원 총수를 369명까지 늘리고, 지역구와 비래대표 비율을 2대 1로 하자는 혁신위원회의 안이 나왔다. 이를 이어받아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역구를 260석, 비례대표를 130석으로 해 의원 정수를 39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총예산 동결과 세비 50% 삭감을 전제로 하면 된다는 각론도 제시했다. 여기에다 27일엔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요한 것은 비례대표제, 독일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확대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같은 의원 수 확대 의견에 대해 문재인 대표부터 태클을 걸고 나섰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의원 정수 문제를 이슈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논의가 이뤄진 뒤에 의원 정수 문제를 논의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국민 정서상 어려울 듯하다”며 “의원 정수 문제가 아닌 선거 제도 개편, 정치 개혁으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의원 수를 오히려 200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문 대표가 의원 정수 확대에 시기상조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반면 이 원내대표는 정수 확대 불가피성을 내비치며 '증원론 소신'을 적극 설파하고 있어 야당내 투톱이 다시 불협화음을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문 대표는 "국회의원 수가 400명은 돼야 한다"며 제안했던 적은 있지만 국민 여론이 이에 부정적이자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헌재 결정대로 현 정원 300명을 유지한 채 지역구와 비례를 2:1로 맞춘다고 칠 때, 비례를 늘리려면 지역구를 줄여야 하는데 어느 의원이 동의하겠나”라면서 “때문에 의원 정수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나서서 말을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새정치연합 내부 이견에 더해 제1야당 밖의 다른 야권 내에서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의원 정수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투표 가치의 평등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지역구는 12~14석으로 늘려야하고 의원 총수는 360명이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주장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달랐다. 그는 “국민이 극력 반대하는 의원 증원이 어떻게 기득권 내려놓기인가”라면서 “현 정원 내에서 양당의 독과점 기득권 구조를 깨트리면 되는 것인데, 결국 양당의 기득권을 못 내려놓으니 정원을 늘리자는 것이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원 정수 증가를 놓고 같은 야당의 주장이 엇갈린 데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소선구제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많고 적음에 따라 여야는 물론 의원 개개인에게 유불리하기 때문이다. 당장 인구 편차를 2대 1로 조정하면 과소 선거구는 통폐합하고, 과대 선거구는 나눠야 하는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역구 감소가 불가피한 지역의 의원을 중심으로 의원 정수 증원 요구가 높은 반면 이와 상관없는 지역의 의원들의 목소리는 크지 않은 이유다.

이와 관련 한 야권 관계자는 “야당은 의원 수 늘리는 문제로 싸움박질이나 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면서 “그것도 여당은 통일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데 야당은 내부에서조차 찬반이 엇갈리고 있으니 국민이 보기에 더욱 답답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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