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 행보에 비박 기류 변화… 사퇴권고안 채택돼 劉 사퇴 수순 밟을 듯

친박, 압박 관철 시키겠지만 '비박 결집' 불러… 차기 원내대표 경선 승리 요원

의총서 비박측 반발 목소리 비등해 결론 못 내면 최악의 경우 '분당' 가능성도

7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개의에 앞서 잠시 생각이 잠겨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당청 갈등은 물론 새누리당 내 계파간 내홍을 부른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가 결국 8일 의원총회에서 결정된다. 새누리당은 7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유 원내대표 사퇴권고 결의안 채택을 위한 의총 소집을 결정했다. 이에 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사퇴를 공개 압박한 이후 이날까지 12일째 버티기로 일관하던 유 원내대표가 결국 벼랑 끝에 서게 된 형국이다. 8일 열릴 새누리당 의총에서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예상되지만 결국 유 원내대표는 사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그간 이른바 '유승민 정국'을 돌아보면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초기에만 하더라도 당내에선 의원들이 직접 뽑은 원내대표를 쫓겨나듯 물러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동정론은 덜해지고 피로감이 쌓여갔다.

최고위원회의 파행 등 극심한 내홍을 겪고 당정청 간 껄끄러운 모습들이 연출되면서 동료들 사이에서도 유 원내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새누리당 지지층 사이에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45%로 사퇴 반대(27%)보다 더 높게 나왔다.

여기엔 비박계의 중심축이라 볼 수 있는 김무성 대표의 태도 변화도 한몫을 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엔 유 원내대표를 신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청와대와 친박계의 거센 사퇴 압박이 연일 계속되면서 당내 충돌이 이어지자 방향을 틀었다. 당내 양대 축의 대립이 계속되자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고, 이같은 점이 비박계의 기류 변화를 일으킨 큰 요인이 됐다.

이런 분위기로 볼때 결국 8일 열리는 의총에서 표면적으론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표결 없이 진행될 '원내대표 사퇴권고결의안'도 큰 무리없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의총 결정대로 따르겠다고 밝혀온 유 원내대표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유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면 친박으로선 어느 정도 한숨을 돌리게 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친정 체제도 다시 강화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덤으로 하반기 국정운영 동력도 재확보될 전망이다.

물론 친박에겐 '상처뿐인 승리'라는 의견도 있기는 하다. 비박인 김 대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새누리당의 체제가 구조적으로 흔들린 것이 아닌데다 되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친박은 공격력의 한계만 노출했다는 지적에서다. 여기에 당내 다수인 비박계의 반발과 결집을 초래했다. 때문에 친박 입장에선 유 원내대표 사퇴 이후 치러질 원내대표 보궐선거 판세도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가능성은 낮지만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하는 비박계의 목소리가 더 클 경우다. 그의 거취가 이날 결정되지 못할 경우엔 분당론이 현실화할지도 모르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이른바 '화학적 분당' 수준까지 치달으며 계파 간 갈등을 보인 새누리당이 '물리적 분당'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파국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박 대통령과 친박계 의원들이 탈당하는 방안까지 거론될 수 있다. 결기까지 보인 박 대통령의 모습을 감안하면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은 국회법 개정안 파동이 시발점이 되긴 했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내년 총선을 앞둔 공천권 등을 둘러싼 계파 간 헤게모니 싸움이자 권력 투쟁"이라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는 총선을 앞두고 길게 이어질 권력 다툼 제2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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