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간부 '탈출 러쉬' 본격화

횡령·불륜 저지르고 '정치망명' 포장도…검증 필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가 극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가 극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간부들의 '엑소더스' 움직임이 심상찮다. 특히 지난 2013년 12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한 이후 간부들이 더욱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제3국을 거쳐 탈북한 북한 노동당 고위급 인사는 "노동당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 간부들조차 김정은의 통치 방식에 공포를 느끼는 상황"이라며 "북한 지도부가 느끼는 공포심이 외부에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고,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김정은 체제가 3년 이상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북한 내부 상황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장성택의 처형 이후 간부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장성택의 처형을 찬성한 간부는 없었고 조직지도부조차 그의 처형을 반대했다. 김 1위원장의 고모 김경희가 조연준 조직지도부 1부부장에게 김 1위원장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끝내 처형을 막지는 못했다.

한 탈북단체 대표는 "중국 선양에서 만난 북한 사업가들은 '젊은 놈(김정은)한테 모욕당하고 있고 어린애들 세상이 됐다'면서 '당장 튀고 싶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김정은의 비자금을 담당하던 조선대성은행 간부가 벌어들인 돈을 김정은에게 바치지 않고 한국으로 망명했으며 국가안전보위부 간부 1명도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과 정부 간부들 외에 북한군 고위 장성들도 탈출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들어서는 실명을 언급한 북한 군부 장성의 국내 망명설도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언론은 2000년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북측 차석대표로 참석했던 박승원 인민군 상장(한국의 중장급)이 러시아를 통해 국내로 들어와 우리 정부에 신병이 인계됐다고 보도했다. 다른 매체는 또 노동당 39호실의 부부장급 인사 이모씨를 비롯한 39호실 간부 3명이 국내에 들어와 있다고 폭로했다.

사실이라면 북한 권력층 하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측은 "확인되지 않았고 신빙성이 떨어진다", "사실과 다르다" 등 입장을 내놓으며 신중한 입장이다. 북한 간부들의 탈출 러시가 사실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개인의 일탈을 '정치 망명'으로 포장한 게 아닌지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 횡령이나 불륜 등을 저지르고 북한을 탈출한 인사들이 망명 이유를 '공포정치'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폭압통치 스타일을 봤을 때 탈출 러시 같은 여파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면서도 "다만 체제 불안의 전조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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