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정 의장·김 대표 '냉랭'…퇴장 때 인사도 안 나눠

야당, 개막식 후 '봉합 뒤풀이'…문재인 박원순 이종걸 한자리

박근혜(왼쪽부터)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지난 3일 광주 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28회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개막식과 관련해 무대 뒤 풍경이 뒤늦게 화제에 오르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이 총출동해 이번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했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는 현재 여야의 내부 상황을 보여주는 두 갈래의 정치적 풍경이 펼쳐졌다. 한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이에 '긴장 기류'가 연출되면서 국회법 거부권 정국에서의 여권 내 분열상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무총장 인선으로 정면 충돌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투 톱'인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술잔을 다시 기울이며 갈등 봉합을 위해 애쓰는 듯한 장면도 펼쳐졌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잠시 동석했다.

△박 대통령-정의화 의장·김무성 대표 간 '긴장 기류'

박 대통령은 개막식이 진행된 무대 단상에 입장할 때 정 의장과 악수 인사만 나눴을 뿐 김 대표와는 악수하지 않았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김황식 대회조직위 공동위원장의 안내로 VIP 무대에 들어선 박 대통령은 자리로 이동하며 외국 귀빈들과 차례로 악수했지만, 김 대표가 앉아 있는 자리까지는 이동하지 않아 서로 인사를 나눌 기회를 갖지 못했다.

김 대표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정 의장은 박 대통령 쪽으로 다가가 악수를 했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한번 뵀으면 좋겠다. 시간 한번 내달라"고 말했지만 박 대통령은 즉각 반응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퇴장 때도 곧장 들어왔던 입구 쪽으로 향하면서 반대 쪽에 차례로 앉아 있던 정 의장과 김 대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는 작별 악수나 인사를 하지 못했다. 이에 김 대표는 "우리는 쳐다보지도 않네…"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이종걸, '봉합 뒤풀이', 박원순도 '깜짝 손님'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이날 개막식이 끝난 뒤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시내의 한 선술집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간단히 뒤풀이를 하자고 사전에 얘기가 된 터였다.

두 사람이 함께 술잔을 부딪힌 것은 이 원내대표의 당무 거부 와중인 지난달 30일 대규모 의원단 회합 때 얼떨결에 '러브샷'을 한 지 3일 만이다. 앞서 두 사람은 개막식 전날 마라톤 심야 회동 끝에 극적으로 해빙 무드를 이끌며 이 원내대표가 이날부터 당무에 복귀한 상황이었다.

술자리에는 지난달 30일 의원단 회합을 주선했던 유인태 의원을 비롯해 장병완 강동원 권은희 의원 등 호남권 출신 의원들과 임수경 의원 등이 자연스레 함께 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뒤 중국에 머물다가 이달 초 귀국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도 합석했다. 이 자리에는 광주에 내려왔다가 다른 자리에 들렀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깜짝 손님'으로 잠시 합류했다. 박 시장은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건배사를 해 폭소를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이날 오후 11시쯤 시작된 야권의 술자리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이 몇 순배 돌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으며 자정이 넘어선 오전 0시30분까지 이어졌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