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지도부, 여당 의원 소신 강조하며 박 대통령 비판

새누리당 의원들 응원 이면에 당청 틈새 벌리기 의도도

사진=SBS 자료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의 분발을 촉구하면서 적극 응원하고 나서 시선을 끈다. 거부권 정국 속에서 대여 강경 투쟁을 선언한 야당이 적군이나 다름없는 여당의 사기를 북돋으며 힘을 내라고 나선 것은 이전 정치사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이같은 모습이 여당의 발전을 위한 야당의 진정성 어린 행동일 리가 없다.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틈새벌리기를 위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1일 새누리당의 국회법개정안 본회의 표결 불참 당론 결정과 관련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역할에 충실히 해달라며 소신있는 행동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이 진정한 여당의 모습이란 훈수도 뒀다. 문 대표는 “소속 의원의 참여를 막아 법안을 자동 폐기하겠다는 건 대통령 눈치보기를 넘어 완전히 굴종 선언"이라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소신을 내팽겨치고 표결에 불참한다면 헌정사에 길이 남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 개개인의 소신을 주문한 발언이다.

전병헌 최고위원도 "'종북보다 더 심각한 게 종박(박근혜추종)이다'라는 얘기를 해왔는데, 새누리당이 '종박(박근혜추종)정당'임을 만천하에 인정하는 과정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새누리당과 대통령과의 관계가 사실상 유신치하로 회귀했다"고 비꼬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자존심을 자극하면서 청와대와 맞서보란 이야기다. 오영식 최고위원도 "본인들이 스스로 동의해 처리한 법안을 대통령의 독기 어린 태도에 휴지통에 집어넣고 있다. 자가당창적 꼼수 대신 정정당당하게 표결에 임하라"고 가세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청와대 얼라' 발언에 빗대어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얼라'로 만들지 말라”라면서 “자당 소속 160명의 멀쩡한 헌법기관들을 얼라로 만들면 안된다. 자유투표에 맡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집단퇴장하면 헌법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건가. 차라리 배지를 던지십시오"라며 의원들의 본연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굴종' '종박정당'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총동원한 이런 발언을 들여다보면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새누리당 의원들을 응원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원들 스스로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친박-비박간 갈등으로 비화하자 이를 좀더 부추기는 것이다. 여기엔 가뜩이나 불편한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를 이용해 야당 내홍의 잡음을 줄여보자는 노림수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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