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사령탑·비노진영 수장 역할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

친노 "원내대표 역할 자각해야" 비노 "친노에 끌려 다녀"

'사무총장 공천권 배제' 결론에 따라 향후 입지 결정될 듯

당직인선을 둘러싼 계파갈등으로 당무를 거부 중인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일 "이번주 안으로 복귀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본회의에 참석한 이 원내대표 모습.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당직 인선을 둘러싼 계파 갈등으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 원내사령탑으로서의 정체성과 비노 진영의 수장 역할을 해야 하는 그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친노-비노 양쪽 진영의 거센 공격에 직면하고 있어서다. 특히 거부권 정국 와중에 당직 인선 문제로 당연직 최고위원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원내대표로서의 자세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친노 의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여기에 비노 의원들까지 이 원내대표가 비노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고 가세, 이 원내대표가 친노-비노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형국이다.

1일에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이 원내대표는 일단 이번주 안으로 당무에 복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 인선을 둘러싼 문 대표와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가라앉는 듯했지만 속사정은 여의치 않다. 그가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사무총장의 권한 남용 제한에 대해 문 대표와 담판을 짓겠다는 게 전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이번 주 안에 당무에 복귀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문 대표로부터 최 사무총장이 내년 총선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도록 다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노·주류 진영에서는 이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친노 의원들은 이 원내대표가 전날 의원단 모임에서 문 대표와 '러브 샷'을 하며 화해 분위기를 연출했음에도 여전히 버티기로 일관하는 모습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원내대표의 역할을 할지 비주류 수장의 역할을 할지 확실히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이 원내대표가 비노 진영 내 ‘교통정리’도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노 진영 의원들 역시 이 원내대표가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원성을 쏟아내고있다. 이들은 “이 원내대표의 태도는 친노 진영의 독주를 제어하기엔 너무 무르다”고 말하고 있다. 전날의 ‘러브 샷’에 대해서도 “(이 원내대표가) 중심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라는 볼멘 소리도 나올 정도다. 한 비노 의원은 이와 관련 “주변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하고 떠밀리듯 화해 분위기를 연출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의 해결 열쇠는 결국 최 사무총장의 일을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있다. 2일 예정된 문 대표와의 담판에 그의 향후 입지가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원내대표의 목표는 사실상 최 사무총장의 공천권 완전 배제인 반면 그가 전제한 최 사무총장의 권한 남용 제한 요구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데 있다. 문 대표가 사무총장 권한 남용 제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실제 문 대표는 이미 공천권 문제와 관련, “당 대표도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하는데 사무총장이 공천권을 휘두르겠나”라면서 “공천은 당대표와 사무총장, 계파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스템과 제도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왔다. 또 사무총장을 모든 공천 관련 기구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혁신위원회의 안을 적극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문 대표는 이 원내대표와의 담판 자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비노 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사무총장 카드 외에 나머지 당직 인선에서 비노 진영 측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등의 카드로 이 원내대표를 달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이 경우 사무총장의 확실한 공천권 배제를 원하는 비노 진영의 불만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2일 예정된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담판에서 양진영의 반발을 최소화할 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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