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거부권 행사 비판 주장에 모순점 많아"
"내홍 잠재우고 외부로 시선 돌리려는 의도" 관측도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놓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국 대응 방침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국민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면서 강경 투쟁에 나선 게 과연 적절했느냐 하는 비판이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직후 국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은 여당에 대한 거부이자 국회에 대한, 나아가 국민에 대한 거부권”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는 싸울 것이다. 여야가 함께 대통령의 폭거에 맞서 의회 민주주의와 국회입법권을 지켜야 한다”고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현안을 제외하고 국회의 모든 일정을 한동안 보이콧 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무시하고 정쟁을 부추기는 등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나 다름없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 대표의 이같은 대여 강경투쟁 방침에 의아해하는 이가 적지 않다. 문 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국민에 대한 거부권이라고 강조했다. 민의의전당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채택한 법안을 어떻게 대통령 1명이 거부하느냐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한 해석일 수 있으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헛점이 많다.

먼저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는 때는 여야가 특정 법안을 통과시켜 정부로 이송해야 가능하다. 입법부가 합의한 것을 행정부가 받아들이기 곤란할 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때문에 문 대표 주장처럼 어떻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합의한 것을 대통령이 반대할 수 있느냐고 몰아부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거부권이란 게 국회의 합의내용에 대한 행정부의 반대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 횟수는 73번이었다. 노태우 정부 때가 7건, 노무현 정부가 6건, 이명박 정부가 1건 등이다. 거부권 행사가 국민의 뜻을 저버린 것이라면 참여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도 이같은 비판 대상에 올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에 명시된 고유 권한이다. 여야가 합의해 통과한 헌법 내용에 엄연히 적시돼 있다.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대로 권한을 행사했는데 이게 어떻게 국민에 대한 도전이자 거부란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문 대표 주장대로라면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때문에 문 대표가 이번 거부권 정국에서 박 대통령을 향한 총공세 모드를 강행하는 게 대여 공세 전략을 잘 못 짠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사태 국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치고나가면서 문 대표가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하자 이번 정국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다른 쪽에선 문 대표가 내부 계파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박 대통령 비판에 무게를 두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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