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개주 연구기관·오산 공군기지로 1년간 걸쳐 표본 보내져

北 생물무기 공격 대응 백신 개량 vs 자체 생물무기 개발 '의혹'

탄저균 100㎏ 대도시 상공 살포시 100~300만명 호흡곤란·쇼크死

사진=SBS 자료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미군이 살아있는 탄저균을 다른 연구기관으로 보내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의 9개 주는 물론, 오산 공군기지로도 탄저균 표본이 보내졌다. 사고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 넘게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워런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유타 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이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등 9개 주로 옮겨졌다"고 발표했다. 워런 대변인은 "탄저균 표본 1개는 한국 오산에 있는 주한미군의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로 보내졌다"며 "발송된 표본은 규정에 따라 파기됐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측은 이 탄저균 표본을 가지고 오산기지의 '주한미군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서 배양 실험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실험요원 22명이 노출됐다고 한다. 주한미군 측은 유타 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보내온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가지고 오산기지의 '주한미군의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서 제독 실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실험 요원 중 감염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은 없다고 주한미군 측은 설명하고 있지만, 자칫 실험 요원뿐 아니라 기지내 장병과 민간인의 목숨까지 위협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전염성이 높은 탄저균은 생물학 테러에서 흔히 쓰이는 병원균 중 하나로, 미국에서는 연구 목적으로 탄저균을 옮기더라도 반드시 죽거나 비활성화된 상태여야 한다.

탄저균이 공기를 통해 옮겨지면 탄저병 중 가장 치명적인 '호흡기성 탄저병'을 유발한다. 기침, 발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 심각한 호흡 곤란과 쇼크 증상으로 사망할 수 있다. 실제 2001년 탄저균이 우편을 통해 미국 정부와 언론에 전달됐으며 우편물을 취급한 집배원과 기자, 병원 직원 등 5명이 숨진 바 있다. 특히 탄저균 100㎏을 대도시 상공 위로 저공비행하면서 살포하면 100~3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으며, 이는 1메가톤(Mt)의 수소폭탄에 맞먹는 살상 규모라고 한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오산기지 내 ITRP에서 탄저균 실험을 해온 것에 대해 북한군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해 주한미군의 제독 기술 능력을 높이고 백신 개량을 위한 목적에서 실험이 이뤄졌을 것이란 주장과 함께 유사시를 대비해 생물무기를 자체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두 갈래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은 2,500~5,000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탄저균 등 북한군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응해 백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는 탄저균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온난화 현상이 뚜렷한 한반도 기후환경에 따른 탄저균의 내성에 대비해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제독 능력과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산기지 내에 비밀 실험시설을 갖춰 놓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주한미군 측은 실험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이번에 배송된) 탄저균 표본은 오산 공군기지 훈련 실험실 요원들이 훈련하면서 사용했다"면서 "훈련은 정상적인 관리 절차에 의한 정례적인 실험실 규정에 의해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미군 측에서 이렇게 석연찮은 해명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생물무기를 개발하려는 목적에 따라 실험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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