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이후 대선주자 지지도 1위 정몽준-박원순-문재인-김무성 순으로 이동

선거 등 정국 상황에 따른 인지도·주목도 변화에 따라 지지율도 민감하게 등락

17·18대 대선 전과 다른 양상… 대선후보 윤곽 드러날 때까지 지지율 요동칠 듯

정몽준(왼쪽부터) 전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4·29 재보선 승패가 갈린 이후 '리얼미터'가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2%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19.5%)와의 격차를 소폭 벌이며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가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대선을 2년 7개월 가까이 남겨둔 시점인데다 과거 대선 때와 달리 여야 양측에서 대선주자가 뚜렷이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지지율이므로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불과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이택수)가 여야 구분 없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처음으로 조사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둘째 주 주간 정례조사에서 당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18.8%의 지지율로 1위였다. 이어 당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7.1%로 2위였으며, 문재인 의원이 11.4%로 3위, 박원순 서울시장이 8.9%로 4위, 김무성 의원은 8.0%로 5위였다.

이후 정몽준 전 대표는 그 다음 주에 20.5%로 20%대에 올라서며 1위 자리를 몇주 간 계속 유지했고 4월 셋째 주엔 최고치인 24.2%까지 올랐다. 하지만 아들의 세월호 관련 발언 파문으로 정 전 대표의 지지율은 4월 넷째 주에 급락했고, 이후 잦은 등락을 보이다가 6·4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엔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의원에게 밀려 3위로 내려 앉게 된다. 이후 안철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게도 밀리며 4위로 한 계단 더 떨어지며 선두권에서 벗어나게 됐다.

정 전 대표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선거를 전후해 18.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여야 전체 후보군에서 1위로 올라섰다. 이후 문재인 의원과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였으며, 7·30 재보선 이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1위 자리를 세 차례 내주기도 했지만 10월 둘째 주 이후부터 격차를 크게 벌리기 시작하며 독주 체제를 유지했다. 박 시장은 11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12월 둘째 주 문재인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이후 두 사람은 몇주 간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다. 올해 첫 조사에선 두 주자가 각각 15%를 기록하며 공동 1위에 올랐다. 이어 문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된 이후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급격하게 벌어졌고, 문 대표는 4·29 재보선 패배 이전까지 17주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차기 대선주자의 선두 자리는 대략적으로 정몽준, 박원순, 문재인, 김무성 순으로 옮겨져 왔고, 선두를 유지한 기간은 대략 3~4개월에 불과했다. 과거 대선 때의 주요 대선주자 지지도 추이와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 17대 대선(2007년)에선 선거를 2년 앞둔 시점에서부터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고건 전 총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3강 구도를 유지했고, 고 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여야의 대선후보가 압축될 때까지 줄곳 양강 구도를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큰 차이가 있다. 지난 18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초반 독주가 이어졌고 대선 직전 야권 후보 단일화 전까지 안철수·문재인 두 주자가 막판 추격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한편 또다시 주목받고 있는 '반기문 대망론'도 지금의 대선주자 '원톱' 또는 '투톱'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데일리한국>이 창간 1주년 기념으로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15~16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반 총장이 36.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김무성 11.2%, 문재인 10.3%, 박원순 7.8%, 김문수 4.3%, 안철수 3.7% 순이었다. 반 총장의 높은 지지율은 그가 여야 어느 쪽의 후보인지 명확하지 않은데다, 기존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실망감과 맞물려 중도층뿐 아니라 여야 지지층의 일부를 모두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외적 인지도나 국민적 호감도에 기인한 반 총장의 지지율도 조직이나 당내 정치적 기반의 부재로 인해 지난 2006년의 고건 전 총리처럼 여야의 대선 후보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히게 된다면 일정 부분 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현재의 차기 대선주자들에겐 '열성 지지층'이 없다는 점도 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대선 2~3년 전 차기 대선주자의 지지율은 인지도나 주목도와 같은 것"이라면서도 "단순한 대선 유력 후보가 아니라 당선자가 되는 인물들은 예외 없이 열성 지지층, 충성 지지층을 가지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배 본부장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충성 지지층을 가지고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흔히 알려진 '노사모'가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샐러리맨의 신화'라는 드라마 속 이미지를 바탕으로 팬층을 두텁게 확보한 대통령 후보였고, 박근혜 대통령도 '박사모' 와 같은 열성 지지층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여야 모두 체급이 비슷비슷한 차기 대권주자들이 많은 가운데, 과연 누가 최종적으로 당을 대표하는 차기 대선후보가 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여야의 대선 후보가 윤곽을 드러낼 때까지 정국 상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양상은 과거 어느 대선 때보다도 더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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