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근본적 개혁에 초점… 기초공사 매진·인선 장고

신중모드· 뜸들이기 길어지면 쇄신 분위기에 찬물 우려도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을 진두지휘 할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출범하기도 전부터 향후 운영방안을 놓고 당내 의견이 대립하는 등 당 개혁을 위한 동력 마련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당분간 속도전보다는 큰 혁신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두루 의견을 수렴하는 등 튼튼한 기초공사에 힘을 쏟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어설프게 세부 혁신안을 내놓거나 작업을 서두를 경우 되레 혁신위 활동이 발목을 잡힐 수 있어, 혁신안을 '장기과제'로 삼고 천천히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관심이 집중된 기구 인선에 있어서도 '혁신의 큰 방향을 먼저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인선을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미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등의 참여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어 인선 관련 논의가 아예 없을 수 없지만 구체적인 인사들의 이름을 더 거론하거나 내·외부 인사 배분, 계파별 안배 문제 등은 혁신안이 마련된 뒤 이를 바탕으로 맞춰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26일 "지금은 진도 초기며, 혁신방향 고민이 충분히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쌀이 없는데 밥을 지을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측은 또 '호남 의원 물갈이', '다선 용퇴', ‘486 개혁’ 등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구체적인 공천개혁안 내용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활동 초반부터 계파별·지역별 공천 등을 언급할 경우 당내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측은 "아직 계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다선 용퇴론 등은 예전에 나왔던 개혁안이다. 똑같이 해서 되겠느냐"고 폭넓게 보완책 등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단 김 위원장은 27일 최고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추인을 받고 지도부들과 혁신안을 논의키로 했다. 그는 최고위 추인 직후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안의 큰 구상을 소개하기로 했으며, 다음달 2일 예정된 의원 워크숍에서도 의원단에게 보다 구체화된 혁신안을 알릴 계획이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광폭행보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그는 상임고문단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이 밖에도 초재선 의원 모임이나 평당원 모임 등을 추진하는 등 각계각층을 만나 '듣는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극도의 신중모드에 대해 이번 혁신 시도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모처럼 친노진영을 대상으로 한 '육참골단론'이나 당내 기득권 세력을 지칭한 ‘대대적 물갈이론’까지 언급되는 등 쇄신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시간을 끌면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신중을 기하되, 필요한 때에는 깊숙한 환부까지 칼날을 휘두르겠다"며 단호한 모습을 부각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뜸을 들일수록 당 쇄신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문 대표 등 지도부는 일단 김 위원장에게 혁신 전권을 주기로 한 만큼 그의 행보를 조용히 지켜보면서 필요한 때가 되면 총력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도부는 개인 사무실을 이용하는 김 위원장이 당 접근이 용이할 수 있도록 국회나 당사에 사무실을 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 혁신안 내용에 대해서도 지도부 차원의 별도 발언은 삼가는 분위기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혁신위는 최고위가 수권하는 사항에 전권이 있다. 결정 사항을 최고위가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물갈이론에 대해서도 "혁신위가 구성되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도 혁신위원장 자격으로 직접 말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혜영 공천혁신추진단장도 혁신위가 공천추진단보다 위에 있는 기구라고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원 단장은 "추진단이 당헌당규에 의거한 혁신을 한다면, 혁신위는 모든 것을 새롭게 논의하는 것"이라며 "혁신위가 결정을 내리면 추진단은 여기에 맞춰 (공천안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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