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정에서 친노-비노 갈등 재연 가능성

양측 눈치보다간 '무늬만 혁신'에 그칠 공산도

YTN뉴스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24일 4·29 재보선 전패 후폭풍에 휘청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위기에서 구해낼 쇄신의 칼자루를 쥐게 돼 그의 역할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야당 지지층 입장에서는 여당을 꺾기 위해서라도 당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이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 당내 물갈이를 되도록 큰 폭으로 이뤄내야하고 지적이 끊이지 않는 패권주의에 대해서도 철저히 메스를 가해야 하는 중임이 김 전 교육감에게 맡겨진 것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표는 김 전 교육감에게 혁신의 전권을 부여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 교육감에게 알아서 환부를 도려내 달라는 부탁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진보진영 교육계 내에서 '혁신의 대부'로 통해온 김 전 교육감이 새정치연합에도 거침없이 개혁의 칼날을 휘두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여기엔 계파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미봉 수준의 '무늬만 쇄신책'을 내놓을 경우 모든 비판은 김 전 교육감에게 쏟아질 게 분명하다. 따라서 김 전 교육감이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 대표의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베어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을 포함, ▲ 도덕적·법적 하자 있는 인사들의 출마 배제 ▲ 호남 현역 40% 이상 물갈이 ▲ 4선 이상 중진 용퇴 등 파격적인 쇄신안을 내놓으며 야권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도 최근 한 라디오에서 "혁신위원장이 손에 피를 묻혀야 할 정도로 악역을 담당해야 한다"며 "뼈아프지만 살을 도려낼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벌써부터 대선 패배 후 치러졌던 2008년 18대 총선 당시 금고형 이상 전력자 원천배제와 호남 30% 물갈이 단행 등으로 '공천특검'이라고 불린 박재승 전 공천심사위원장 당시 사례를 떠올리며 '제2의 박재승'이 출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 연장선 상에서 경선 방식 등에 대한 손질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두운 전망도 적지 않다. 먼저 강력한 쇄신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 현재 집행기구인 최고위가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김 전 교육감의 혁신기구가 구성되는 것이다. 두 기구 간 교통정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혁신기구의 결정을 최고위가 뒤집을 수도 있고, 최고위가 혁신기구에게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반대로 혁신기구가 최고위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당내 엄청난 파열음이 날 수도 있고, 순순히 최고위 의사를 반영한다면 기구 자체가 '허수아비'로 전락하면서 김 전 교육감도 '얼굴마담'에 그치게 된다.

중진 용퇴론이나 호남 물갈이론 등 의원들을 향해 '칼날'을 휘둘러야 하는 위치라는 점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호남 출신인 김 전 교육감이 호남 물갈이 등을 주저없이 실행할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또 공천 관련 사안 하나하나마다 계파간 충돌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김 전 교육감이 소신있게 본인의 구상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있다. 때문에 자칫 그동안 선거 패배 때마다 마련됐다가 제대로 된 실천 없이 '먼지'만 쌓여갔던 기존 혁신안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혁신기구의 위원 인선부터 진통을 빚을 소지도 적지 않다. 최악의 경우 계파간 '지분 나누기' 신경전이 벌어진다면 당내 기반이 약한 김 위원장으로서는 돌파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 전 교육감은 당 사정에 대해 과감없이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 확보를 문 대표에게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김 전 교육감이 현역 의원들의 저항을 뚫고 기득권에 과감히 철퇴를 내리면서 고강도 쇄신의 칼을 휘두를 수 있느냐, 친노와 비노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쇄신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 어느 한쪽이 강한 반발을 할 경우 당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 '김상곤 호'의 항해가 그리 순탄할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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