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전대통령 추도식 비노 '봉변'… 안철수에게도 야유

文 "盧 전 대통령 어떤 심정일지…분열 정말 부끄러워"

사진=노무현재단 홈페이지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23일 오후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비노 진영 인사들이 봉변을 당했다. 최근 문재인 대표 등 친노진영을 향해 패권주의를 운운하며 공세를 펴온데 대해 친노지지층에서 야유와 욕설을 보내는 분열상을 노출한 것이다.

5,000여명의 시민이 몰린 이날 행사장에는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천호선 정의당 대표 등 친노계 인사들은 물론 김한길 전 대표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 대표적인 비노 인사들이 대거 집결했다. 이들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채 애국가는 물론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며 숙연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루어진 임기 초기 대선자금수사가 이뤄졌다"며 "편협한 시각으로 현실을 붙들다 역사적 과오를 범하지 말자. 정치적 이해타산을 버리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자"고 추도사를 이어가자 행사장은 한층 숙연해졌다. 강 전 장관이 "저 부엉이바위도 바로 역사적 헌신의 상징이었다"고 말할 때에는 문 대표를 포함한 몇몇 의원들이 고개를 돌려 바위를 잠시 쳐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행사가 진행되면서 곳곳에서는 충돌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회를 맡은 김은경 전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이 내빈소개를 하며 지난 3월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이름을 호명하자 행사장 주변이 금세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일부 참석자들이 천 의원을 향해 야유를 쏟아냈다.

이에 당황한 김 전 비서관은 "오늘은 추도식인 만큼, 이에 맞게 손님을 맞이하자"면서 참석자들을 진정시켜 한차례 위기의 순간은 지나갔다. 그러나 마지막 순서로 의원단 40여명이 단체로 묘역을 참배할 때에는 한층 격앙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문 대표를 향해서는 박수와 환호, 카메라 세례가 쏟아진 것과 대조적으로 비노 인사들을 향해서는 욕설과 야유가 쏟아졌다.

김한길 전 대표가 참배하고 나오자 이를 본 일부 참석자들이 원색적인 욕설과 함께 "너만 살겠다는 거냐", "한길로 가야지" 등 고성을 지르며 비난했다. 김 전 대표는 일부 참석자가 뿌린 물에 몸이 젖기도 했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착잡한 표정으로 빠르게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천 의원도 참배를 마친 후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당을 분열시키지 마라", "원조 친노가 잘해야 하지 않냐"는 비난을 들었다. 박 전 원내대표에게도 한 참석자가 "뒤에서 욕하고 다니지 말라"고 불만을 토로했고, 안 전 대표를 향해서도 야유가 터져나왔다.

이런 모습에 문 대표는 "노무현의 이름을 앞에 두고 친노·비노로 분열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정말 부끄럽다"고 자성했다. 문 대표는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통탄스러운데, (분열하는 모습에) 대통령께서 어떤 심정일까 싶다"면서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떠나신 분들은 이제 놓아드리면 좋겠다. 그 분들의 이름을 말하며 분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날 문 대표는 김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 안 전 대표 등 비노계 수장들과 따로 인사를 나누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성 의원은 트위터에 "봉하마을에 왔는데, 구정치의 맏형들이 여전하다"며 "대통령님으로 방패를 삼는 사람들이나, 창을 드는 사람들이나 구정치다.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남겼다. 박범계 의원도 "그분께 창피스럽지 않게 살자"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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