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내부 패권주의 마감"…연일 문재인 향해 집중포화

최고위 "김한길 편지정치 하지 말라"…지도부 흔들기 '경고'

친노-비노 지지자들 사이 갈등양상…"출당해야 vs 사퇴해야"

일러스트=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4·29 재보선 패배 후 촉발된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 비노간 내홍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원내 의원들끼리 충돌 양상을 보이더니 이젠 당원들간의 장외 격돌에 이어 지지자들마저 양측으로 나뉘어 사이버상에서 맞붙고 있다.

"문재인 흔들기 중단" vs "친노가 내려놔야" 지지자 공방도 치열

친노-비노 간 갈등 속에 문 대표의 팬카페 네 곳은 지난 13일 비노 진영을 겨냥, "친노 패권주의를 팔지 말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문재인 지도부의 사퇴를 주장한 박지원 김한길 주승용 박주선 조경태 의원의 출당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진행 중이다. 22일 오후 4시 기준으로 1만4,000여 명이 서명했다. 친노 측 지지자들은 "새정치연합의 모든 문제가 '친노패권주의'에 있고, 재보선 패배 책임이 모두 문 대표에게 있다는 듯 떠들고 있다"면서 "문 대표가 '뚜벅이 선거'운동을 할 때 수수방관하거나 자당 후보 선거운동을 고의로 보이콧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문 대표 흔들기'를 중단하고, 있지도 않은 친노패권주의를 팔지 말라"는 입장이다.

문 대표 팬카페의 한 회원은 "패권주의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새정치연합 내 구체적으로 권력을 쥔 친노 세력이 없다"고 했다. 그는 "패권주의로 지목된 당대표가 했던 일 중 원칙에 어긋난 행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친노 패권주의는 없다.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아무 증거도 없는 한 줄의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회원은 "재보선 패배는 문 대표의 책임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비노의 비판이 정당한 것도 아니다"며 "문 대표가 어떤 수습책을 내놓아도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원하는 건 문 대표의 무력화이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보다 많은 공천권 확보"라고 꼬집었다.

반면 안철수 전 공동대표 및 박원순 서울시장 등 비노 측 지지자들은 "친노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안 전 대표 팬카페의 한 회원은 "친노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친노가 당권을 계속 쥐고 가면 총선 때 새정치연합은 당이 찢어지고 새누리당은 입이 찢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은 친노와 비노-비노연대-무소속으로 삼분될 것"이라며 "총선의 책임을 뒤집어 쓴 친노는 몰락할 것이고, 친노의 도태를 바란다면 계속 새정치연합의 당권을 쥐게 내버려 두면 된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을 지지한다는 한 회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권이 무시되고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이 유린되는 이 지경에 친노가 무슨 염치로 야당을 계속 맡겠다는 건가"라며 "친노가 물러나야 혁신이 시작되고 새정치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곳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금 야당은 답이 없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그는 "친노가 다 물러나고 패거리 청산하면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문 대표도 그들(친노)에게 발목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 같다"고 비판했다.

김한길의 연일 문재인 공격에 추미애·이용득 반격

장외에서 지지자들이 이같이 충돌 양상을 보이는 것은 원내에서 의원들간 신경전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 18일부터 문 대표를 향해 쓴 소리를 뱉고 있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이날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문 대표 공격에 집중했다.

김 전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패권정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우리당 내부의 패권주의를 우선 마감함으로써 새정치 새시대를 여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고 문 대표를 재차 공격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생 동안 특권과 기득권에 맞서 싸우셨다"며 "당신은 자신의 기득권을 스스로 부단히 내던짐으로써 싸움에서 이겨 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패권정치에 맞서 낡은 정치 청산과 새로운 정치를 외쳤고, 패권적 지역주의에 맞서 국민통합을 이루고자 했다. 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있는 지금 김대중이라면, 노무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며 "지금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심정"이라고 적었다.

김 전 대표는 금주 들어서만 벌써 네 차례 문 대표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지난 18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호남이 거부하는 야권주자는 있어본 적도 없고, 있을 수 없고, 있어도 승리할 수 없다"고 문 대표를 정조준했다.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문 대표만한 기득권이 어디 있나"라면서 "친노(친노무현)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패권정치를 청산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21일에는 "문 대표가 대권 행보를 독주하는 모양새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의 '연일 공세'에 일부 최고위원들은 "편지정치를 하지 말라"면서 반격에 나섰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추미애·이용득 최고위원이 김 전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사실상 문 대표를 옹호했다. 추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표가 지난 20일 '문재인 대표의 생각에 대한 김한길의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당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을 두고 "의심과 불통이 쌓이면 거리가 멀어지지 않겠느냐"며 "우리 사이가 '편지정치'에 의존할 만큼 거리 멀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당 간판에 '새정치'와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해 통합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새정치에 역행한 채 당명을 당원들에게 기억하라는 것은 모순"이라며 "일심으로 난국을 타개해 나가는 데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다소 격앙된 반응까지 보였다. 이 최고위원은 "당내 얼마든 소통이 가능한 구조인데 지도부의 문제인 것처럼 언론에 대고 분열을 조장하면서 연일 떠드는 사람이 있다"며 "'지도부가 혁신기구를 만들어 모면하려 한다'고 이야기하는 분이 화합과 단결을 이야기하느냐. 진정성 있는건가"라고 김 전 대표를 겨냥해 말했다. 이어 그는 "당이 하나로 가기 위해 참을 것을 참고, 서로 도울 것은 돕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가자"며 "혁신기구는 당내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패권주의 청산위원회'나 마찬가지다. 그것이야말로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키"라고 강조했다. 지도부에서 의원들, 당원에서 지지자들까지 양쪽으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험담을 늘어놓고 있는 모습이다. 새정치연합의 미래가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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