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바보, 산을 옮기다> 출간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총리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고성을 지르며 충돌했던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월2일 4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고 여기에 당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되자 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와 당의 의견을 대변한 이 총리가 노 대통령에게 장관 임명 철회를 주장하며 양측이 심한 언쟁까지 이른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노 대통령의 필사'로 알려진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펴낸 '바보, 산을 옮기다'(문학동네 출판)에 담겨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노 대통령과 이 총리의 충돌은 같은 해 1월4일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벌어졌다. 당의 반발을 우려한 일부 참모들이 유 의원의 복지부장관 내정자 발표를 유보해달라고 건의했고 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2일 개각 명단에는 포함시키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이날 노 대통령은 당의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자 유 장관 내정 발표 강행을 지시했다.

이에 청와대 관저를 찾아온 이 총리는 유 의원의 입각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통령이 언성을 높였고, 총리도 언성을 높였고,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한동안 고성이 오고 갔고, 감정섞인 말들도 나왔다"고 이 책은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당이 간섭할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목소리 톤을 높였고, 이 총리는 "감정적으로 그러지 마세요"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발끈해 "어째서 총리가 생각하는 것만 옳습니까? 누가 옳은지 모릅니다. 원칙대로 가는게 맞습니다. 발표 안하면 내가 직접 기자실에 갑니다"라고 말했고, 그래도 이 총리가 물러서지 않자 노 대통령은 "그럴거면 그만두세요!"는 말까지 내뱉었다. 책임총리로 불리며 각별한 신뢰를 받던 이 총리와 노 대통령의 복합적인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노 대통령은 이 총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지만 때로는 긴장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2005년 6월초 "대통령 측근, 사조직의 발호를 막아야 한다"는 이 총리 발언 기사는 노 대통령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노 대통령은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고 김우식 비서실장의 보고 자리에서 이 총리 발언에 불쾌감도 표시했다고 이 책은 적었다. 그 무렵 열린우리당의 청와대 인적쇄신 목소리가 높아지자 노 대통령은 "당정청회의에서 청와대는 빠지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이 총리와의 주례회동도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지시했다.

2007년 5월 청와대관저에서는 노 대통령과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 유시민 복지부장관간에 차기 대선 주자를 둘러싼 '토론'이 벌어졌다. '이해찬이냐, 한명숙이냐?'가 문제였다. 두 전직 총리는 당내 경선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상태였다. 문 실장이 "지지자들은 대체로 이해찬 총리쪽으로 가지 않을까요?"라며 물었고, 유 장관은 "이 총리쪽으로 몰아야지요"라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은 조심스럽게 "나는 한 총리가 어필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은데…주례회동때 봤는데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고 한 전총리 쪽 손을 들었다.

이 책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앞서 그해 2월 퇴임을 앞둔 한 총리에게 대선 출마를 청했다. 특히 "우리 참모들중 누구라도 필요하면 불러다 쓰시라. 내가 결심해야 할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까지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한 총리에게 밝혔다. 노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은 자신과 같은 스트라이커형이 아니라 성품이 좋은 사람, "단호하되 외유내강형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한 총리를 염두에 뒀다는게 윤 전 대변인의 기록이다.

다만 노 대통령은 그해 5월 이해찬 전 총리로부터 당내 경선 출마 결심을 전해들은 뒤에는 참모들에게 "지금까지 한총리를 염두에 둔 이야기를 내가 불쑥불쑥 했는데, 다들 머릿속에서 지우라"고 했다. 두 사람이 경쟁할 때 대통령이 누구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경계하는 당부였다. 노 대통령은 유시민 의원도 차세대 주자로 평가하고 있었고, 차기 대선에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기대했다고 이 책은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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