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혁신기구 위원장직 고사… 계파 갈등 더 치열할 듯
'정면 돌파' 카드 꺼낸다면 당 갈라설 가능성도 배제 못해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내분 사태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20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표가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제안한 ‘초계파 혁신기구’ 위원장 직을 거부하면서 한때 돌파구가 마련될 듯했던 분위기마저 사라졌다. '포용의 정치'를 펴려던 문 대표의 리더십은 흠집이 나 이젠 안철수 전 대표와의 신뢰에도 금이 갔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불안감을 느끼는 각 계파간 갈등이 고위험수위에 이른 탓에 ‘안철수 위원장’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냈던 문 대표로서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고 느낄 법하다. 하루빨리 뿌리 깊은 계파간 반목을 털고 총선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그로서는 당 혁신의 ‘골든 타임’을 실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깊을 수밖에 없다.

문 대표가 내밀 카드는 크게 두가지다. 안 위원장 카드가 불발된 만큼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등 또다른 인물을 내세우며 비노진영을 다독이며 통합 분위기로 가는 것이다. 이 경우 친노나 비노 중심 인사들의 기득권은 상당부분 내려놓아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는 이와 반대로 문 대표가 초강경 모드로 접어들 수도 있다. 분당 등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문재인식 드라이브'로 당을 새롭게 바꾸는 것인데 이 경우 비노진영 등 당내 일부의 거센 반발은 불가피해 향후 야권 재편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먼저 비노진영에 대한 문 대표의 유화적인 제스처를 생각해볼 수 있다. 당내 갈등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내년 총선 공천을 둘러싼 ‘지분 챙기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표는 일단 당 화합을 위해 총선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초계파 혁신기구의 위원장직을 당밖의 인사나 당내 인사라도 보다 중립적인 사람을 기용하려 애쓸 수 있다. 그러면서 비노 진영 측의 계파 패권주의 청산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 비노 위주의 혁신기구 구성을 통해 최대한 포용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향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노 진영이 고립될 수 있어 계파 내부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때문에 문 대표가 비노 진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실제 문 대표는 최근 당 쇄신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재차 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에도 “기득권을 모두 버리는 쇄신”를 강조하며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으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혁신을 내세웠다. 이에 비노 진영은 “정당한 비판을 기득권 지키기로 몰아가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문 대표 등 친노 입장은 단호하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결기도 느껴진다. 한때 폐족(廢族)까지 들었던 친노다. 호남 중심의 구 민주당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당의 주도권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생각도 하는 듯 하다. 한 관계자는 "구 정치이미지가 많은 인사들이 당을 떠나준다면 자연스레 물갈이가 되면서 참신한 인사들을 데려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노 진영에 철저히 고개를 숙이는 것 보다는 분당까지 각오하고 단독 돌파하는 쪽이 차라리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당 등의 극단적 상황은 친노나 비노 모두에게 부담이다. 따라서 현재 추진 중인 혁신 기구에 중립적인 제3의 인물을 기용해 친노와 비노가 수긍할 수 있는 타협책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계파간 반목은 여전할 수 있지만 적어도 극단의 갈등 양상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혁신위원장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둘러싼 각 계파 의원들 반응에서도 점쳐진다. 조국 교수는 최근 각종 언론을 통해 새정치연합 쇄신과 관련 계파 불문을 전제로 ▲ 도덕적·법적 하자가 있는 인사들의 예외없는 불출마 ▲호남 현역의원 40% 이상 물갈이 ▲4선 이상 중진 용퇴 ▲전략공천 20~30% 남겨두고 완전국민경선 실시 등 파격적 혁신구상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비노 진영의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 교수의 혁신 주장에 전폭적인 공감을 드러냈고, 범친노계인 박범계 의원은 “조 교수의 움직임은 기득권 해체로 요약된다. 이제 시작이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호남 비주류인 황주홍 의원은 “조 교수는 문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무슨 문제 해결이 되느냐”라며 거부감을 분명히 했다. 제 3의 인물로도 당내 각 계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문 대표 입장에서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이다. 크게는 비노에게 안방을 내어주느냐, 아예 대문 밖으로 나가도록 하느냐를 놓고 복잡한 손익 계산에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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