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공전·파행 거듭하며 지난 3년간 법안 2/3가 낮잠
작년 150일간 법안 처리 0…미방위는 8개월간 '입법 제로'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공무원연금법과 소득세법 개정안 등 여야가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약속했던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무능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2년 5월 문을 연 19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며 여느때처럼 의욕적인 출발을 했지만 막상 임기가 시작되자 그해 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 이어 현 정부 출범 이후 발생한 잇단 사건 사고와 맞물려 여야가 정쟁만 거듭하다 민생 법안 처리 등의 본연의 업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 최근까지 1만4,335건의 법안이 접수됐지만 이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9,606건이 그대로 국회 사무처 서랍 속에 들어 있다. 더욱이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아예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역대 국회 접수 법안 수를 과거와 비교하면 17대 국회 7,489건, 16대 국회 2,507건, 15대 국회 1,951건, 14대 국회 902건 등으로 이번 국회가 가장 많은 편이지만 정작 처리된 법안(부결이나 폐기 포함)은 4,729건에 그쳤다. 이는 33.3%만 처리된 것이어서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도 원안 또는 수정안이 가결 처리된 비율은 12.9%(1,850건)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19대 국회 들어 법안 처리가 저조한 것은 여야가 각종 정치 현안을 두고 대치가 길어지면서 본회의는 물론 상임위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에게 약속했던 '일하는 국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일례로 세월호 참사 이후인 작년 5월 2일 이후 9월29일까지 여야간 대치로 150일간 국회 본회의에서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되지 못했다. 특히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개정 등을 둘러싼 여야간 이견으로 지난 2013년 9월 국회부터 2014년 4월까지 8개월간 '입법 제로'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날에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연계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조정 비율의 국회 규칙 명시 문제를 놓고 여야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본회의가 파행, 이와 무관한 경제살리기 법안 등 100여건의 법안이 처리가 못된 채 발목이 잡히는 구태가 반복됐다. 국회가 일부 법안의 여야 이견에 따라 다른 법안들마저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기본 책무이자 고유 권한인 법안 처리도 제대로 못하는 국회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여야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등을 위해 5월 임시국회를 오는 11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열기로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7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 의원 129명의 소집 요구에 따라 오는 11일 오후 2시 임시국회 집회 공고를 냈다. 전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연계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 비율의 국회 규칙 명시 문제를 놓고 협상 결렬을 선언한 여야는 일단 5월 임시국회의 문을 열어놓고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양측이 '소득대체율 50% 명시'와 관련해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5월 국회에서조차 통과될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여야는 이와 함께 담뱃갑의 경고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영세 자영업자의 숙원과제로서 상가 권리금 보호를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도 5월 임시국회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당면 현안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나 기타 다른 민생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여야 구분없이 국민에게 철저히 불신받는 상황이 올 것이란 경고음을 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여든 야든, 법안 처리가 불발된 것을 놓고 서로에게 책임만 전가하고 있을 뿐 뚜렷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회무용론'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어찌보면 5월 임시국회가 정치권 전체에 대한 준엄한 국민적 평가가 이뤄지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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