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성난 민심 외면…형식적 사과에 불과한 방문이란 지적도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문재인(사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광주행을 놓고 여러 의문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는 4·29 재보선 참패 후 '회초리'를 맞기 위해 4일 당의 심장인 광주를 찾았지만, 정작 성난 민심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광주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건 일부 광주 시민들의 항의 시위였다. 20여 명의 시민들은 '문재인은 더 이상 호남 민심을 우롱하지 말라', '호남이 봉이냐', '새정치연합은 각성하라' 등의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이같은 사실을 접한 문 대표는 공항에서 시위대와 마주하는 대신 귀빈실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일정대로 광주 서구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으로 자리를 옮겨 연신 고개를 숙였다. 통상 선거에서 졌을 때 해당 후보자나 소속 정당 지도부는 낙선 사례를 위해 지역구를 방문한다. 성난 민심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다음번에는 표를 달라는 읍소의 형식을 취하는 게 정답이다. 그래야 동정표도 얻고 차기도 기약할 수 있다. 문 대표의 광주행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성난 민심과 대면한 상황에서 문 대표는 이를 외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문 대표는 대신 경로당 등을 찾아 "통렬하게 반성한다", "회초리를 맞으러 왔다"며 고개를 숙였다. 어딘가 인사치레로 비쳐지기도 한다. 정말 사과 방문을 제1 목적으로 했다면 공항에서부터 성난 일부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하지만 그는 하지 않았다. 때문에 성난 민심을 뒤로한 채 형식적 사과에 불과한 단순 방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들어 문 대표가 공항에서 성난 시민에게 큰 절을 올리고, 심지어 일부 극렬 시민이 던진 계란에 맞았다고 치자. 그런데도 문 대표가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면 그 모습에서 광주시민은 야당 대표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정치 전문가들도 문 대표가 이처럼 했다면 오히려 광주에서 그를 향한 동정론이 일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한다.

이 같은 정치공학을 모를 리 없는 문 대표가 비행기 착륙 과정에서 공항의 상황을 보고 받고는 곧바로 시위대를 외면해 뒷문으로 빠져 나갔다. 때문에 이같은 문 대표의 행동에는 여러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어차피 지금 광주 민심의 화가 극에 달한 만큼 일단 피해가려 한 게 아니냐는 원론적 의견도 있다. 당장은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여도 진정되지 않을만큼 일단은 '선거 후 광주를 찾았다'는 기록적 의미만 남겨두고 추후 민심이 진정되면 그 때 다시 찾아와 진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정치 초보적인 판단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문 대표가 광주발 호남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광주 민심이 '사과 방문'이나 '낙선 사례' 한 두 번으로 문 대표나 친노에게 호의적으로 바뀌기 어려운만큼 차제에 호남발 신당에 대한 여지를 열어 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단 문 대표가 '자신은 할 만큼 했다'는 이미지를 광주에 심어놓고 호남의 흐름을 지켜보는 쪽으로 스탠스를 잡은 것이란 설명이다. 어떤 판단 하에 움직였든 간에 여러모로 문 대표에겐 지금의 최대 시련의 시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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