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문재인 대표 면전에서 재보선 전패 책임론 추궁
계파 갈등 골 깊어져… 정대철 고문도 문 대표 사퇴 요구
발단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 회의 시간에 비주류이자 김한길 전 공동대표 측 인사인 주승용 최고위원이 문 대표의 쇄신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주 최고위원은 문 대표를 향해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국민 앞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라면서 "우리 모두 물러나지 않겠다면 최소한 패권정치 청산 약속 등 구체적 방안을 실천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재보선 패배 직후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다른 지도부 인사들과 의원들의 만류로 일단 거취 결정을 유보한 주 최고위원이 문 대표 면전에서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주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당 대표가 되면 친노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는데 과연 친노가 불이익을 받았느냐. 경쟁력 떨어지는 후보들을 내세워 야권 분열의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얼굴을 붉혔다. 그는 이어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겠다던 문 대표의 발언도 문제 삼으며 “선거 참패도 문제이지만 선거 다음날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겠다는 문 대표 말씀에 많은 국민들은 실망했다”고 일갈했다.
주 최고위원은 특히 “호남 지역의 성난 민심을 다시 추스르고 해법을 준비해야 한다”며 “임시 봉합이 아니라 새 판을 짠다는 각오로 수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 심지어 문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충정에서 말씀드린다”고 경고한 후 당 혁신을 위한 책임 있는 지도자와 대선 예비주자 등이 참여하는 원탁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최고위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한 면을 지적했다. 유 최고위원은 "당 공식 의사결정기구의 심의·의결 권한을 가진 최고위원으로서 이번 재보선 참패 과정에서 들러리 역할을 한 데서 큰 자괴감을 느낀다”고 문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반면 두 최고위원을 뺀 나머지 최고위원은 '단합'을 강조해 당 지도부의 양분된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계파 논리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진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 패배의 핵심 원인”이라며 "지금 친노가 어떠니 호남이 어떠니 하는 '남 탓'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자괴감이 느껴진다. 개인 인터뷰가 아닌 이상 이러한 공개적 자리에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면 반박한 뒤 "'기계적 경선'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우리 지지 세력은 2번을 찍겠지'하는 타성에 안주한 것이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득권을 내려놓는데 무슨 계파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재보선 패배 후 처음으로 열린 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이 같은 당내 계파 간 내홍이 여과 없이 노출된 것은 문 대표의 의사결정 방식 등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누적된 불만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고위원들은 지난달 30일 문 대표의 재보선 패배 입장 표명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한 데 이어 전날 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문 대표의 광주 방문 일정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을 것을 놓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 문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앞으로 소통을 잘 하고 운영 방식도 바꾸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를 겨냥한 작심 발언은 당 밖에서도 이어졌다. 구 민주계 원로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예 문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내가 문 대표라면 대표직을 그만두겠다”면서 “정치인이나 정치단체는 선거에 패배하면 반드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특히 "새정치연합으로 총·대선에 희망이 없다면 신당도 필요하다"며 신당론에도 군불을 지폈다. 그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 때나 노무현 대통령 때도 비슷한 것을 봤다”며 “크게 개혁할 때는 그것도 큰 방법 중에 하나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보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다만 정 고문은 천정배 의원과의 '신당 교감설'에 대해서는 일단 “결의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