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서청원 "당 미래, 지뢰 밟았다"… '비박' 지도부의 협상 태도 비판
'성완종 리스트' 국면에서 위축됐던 친박계 위상 확보 위한 '반격' 관측도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타결을 계기로 한동안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당내 갈등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작심한 듯 "우리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기로 했는데 안 했을 경우 '앞으로 당 운영과 당 미래에 지뢰를 밟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며 비박계 중심으로 구성된 지도부를 겨냥해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4·29 재보선 압승으로 위축됐던 친박 진영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합의'를 계기로 김무성 체제를 향해 대대적 반격에 나선 양상이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비박 지도부가 야당과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지도부를 질타했다. 그는 "지난주 목요일 최고위원회를 최종적으로 열어 문제를 같이 논의하자고 했는데, 우리도 언론을 보고 알았다"면서 "아쉽다. 왜 최고위원회가 합의체로 운영되느냐. 앞으로 이런 것을 더 신경 써주기 바란다"며 비박 지도부의 일방적인 결정을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어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데 합의한 점을 거론하면서 "비록 실무선에서 합의했다고 해도 50%까지 인상한 부분은 매끄럽지 못했다"면서 "사회적 기구와 특위를 만들겠지만, 자칫 잘못하다가 국민에게 큰 재앙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앞으로 뻔히 보인다. (여야 관계와 국회 운영이) 굉장히 어두워질 전망"이라며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대한 국민적 우려에 대해 당과 원내 대책에서 뼈아프게 진행해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서 최고위원은 공개 회의 후 15분가량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거듭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계파가 아닌 이인제 최고위원도 서 최고위원과 보조를 맞췄다. 이 최고위원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면서 국민연금 분야의 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을 만든다면 이것은 정말 큰 문제"라며 "국민적 우려를 정치권이 불식시켜 나가야 되는데 이런 점에서 혼선이 있어선 안된다. 앞으로 우리 당이 더 명쾌하게 입장을 취해 나가길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지도부를 압박했다.

지난해 공개된 새누리당 자체안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했던 친박계 중진인 이한구 의원도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실망스러운 결과이며 장기적으로 더 나빠지게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이 의원은 특히 국민연금 합의에 대해 "국민연금은 이해관계자가 훨씬 많아 치밀한 연구를 전제로 개혁을 시작해야 하는데 토론 과정도 없이 결과물만 내놓은 셈"이라며 "전형적인 포퓰리즘으로, 여야가 약간 정신을 놓았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친박 진영의 공세에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어려운 과제를 국회와 정부, 공무원단체,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해서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낸 것에 의의를 둔다. 이번 합의로 다른 개혁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자신감도 갖게 됐으니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끝까지 잘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적 연금과 관련된 것은 최고위원들과 상의 없이 우리 나름대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국민적 재정 부담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이것도 공무원연금 개혁과 똑같은 절차를 밟게 된다"며 최고위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마지막엔 시간이 촉박해 한계가 있었다"며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국민연금 제도 변경은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게 대원칙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이 점에 대해서는 여야 생각이 다를 수 없고 중요한 것은 여야 모두 국민에 대한 월권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서 사회적 논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친박계의 공세에 대해 김 대표 등 비박 지도부의 주도권이 강해지는 당내 상황과 관련 친박 의원들의 불안감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친박 진영은 '성완종 리스트' 여파로 한껏 위축됐던 친박계 분위기를 이번 연금 개혁 논란을 계기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연금 제도 변경은 국민 동의가 먼저"라며 친박 진영과 맥을 같이하는 언급을 한 것과 맞물려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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