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한길, 광주 서을은 아예 외면
박지원은 초반 다녀간 뒤 열흘째 안가

안철수(왼쪽부터)·김한길·박지원 등 야당 핵심 인사들이 광주 지원을 꺼리고 있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서 광주 서 을 당선을 위해 한달에 여섯번이나 찾아가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정작 야당의 핵심 인사들은 광주에 발걸음을 하지 않고 있다. 안철수 김한길 전 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한번도 가지 않았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선거 초반 다녀간 뒤 근 열흘째 광주를 찾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비노진영이 문 대표의 정치적 타격을 염두에 두고 의식적으로 광주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돌고 있다.

실제 새정치연합 안철수 김한길 전 대표는 다른 4·29 재보선 지역에는 적극 지원에 나서면서도 유독 광주는 가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다른 비노 진영 수장들이 재보선 지원에 선뜻 나서기를 주저하던 이달초 문 대표 측근인 정태호 후보가 나온 서울 관악을을 시작으로 '구원 투수'를 자처하며 가장 먼저 발벗고 나섰다.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관악을과 성남 중원, 인천 서·강화을을 누비고 있다. 하지만 광주 서을에는 가지 않았고, 재보선 당일까지 별도의 방문 계획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도 지난 12일 성남 중원 정환석 후보의 개소식 참석을 시작으로 수도권 3곳을 부지런히 오가고 있지만 광주는 찾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광주행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데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전 의원과 얽힌 복잡한 인연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두 사람은 공동대표로 당을 이끌던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천 전 의원을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한 바 있다.

그러나 곧이은 7·30 광주 광산을 보궐 선거 때 이 곳 출마를 희망하던 천 전 의원을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 '권은희 전략공천' 카드를 꺼내들면서 천 전 의원에게 상처를 줬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천 전 의원이 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측근인 윤장현 광주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적극 뛰었던 점 등 때문에 '인간적 미안함'이 크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광주 지역내 안 전 대표 지지그룹 일부가 이번 선거에서 천 전 의원을 돕고 있는 점도 광주 지원과 관련,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소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거물'들의 '구원등판'이 절실한 당 지도부로선 애를 태우고 있지만, 안 전 대표는 당 지도부의 광주 지원 요청을 받고 이러한 점을 들어 고사하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27일 "안 전 대표가 과거 도움을 받았던 점 등 때문에 천 전 의원이 눈에 밟혀 차마 갈 수 없다고 하더라"며 "광주 지원에 나섰더라면 천군만마가 됐을텐데 당으로선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도 천 전 의원과 15대 정치입문 동기로, 7·30 재보선 파동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천 전 의원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김 전 대표측은 "야권 진영 인사들끼리 싸우는 광주보다는 새누리당과 싸우는 수도권에 집중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 호남의 맹주 격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웬지 광주 지원이 뜸한 편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조영택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한 이후 좀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의 승패는 다른 어느 곳보다 문 대표의 향후 정치적 운명과 직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의 핵심 인사들이 광주를 찾지 않은 것을 두고 미묘한 당내 역학관계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친노와 비노 모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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