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특별사면 의혹 불똥 야당에 튀는 것 차단 위해
노무현정부 특사 의혹이 재보선 악재될까 우려도 포함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문재인(사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공정한 특검을 도입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표면적으로 보면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는 성완종 전 회장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원론적 이야기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러 정치적 속내가 뒤섞여 있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하고 시신에서 여권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메모 쪽지가 발견됐을 때만 해도 새누리당은 잔뜩 수세에 몰렸고 상대적으로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과정에서 큰 호기를 맞는 듯 했다. 대개 이런 경우 야당은 지도부가 나서 여권을 향해 진실 규명을 외치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게 보통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새정치연합은 초반에 머뭇거리는 모양새였다.

대신 문 대표 등 야당 지도부는 총리 사퇴 및 해임건의안 제출 등을 주장하며 초점을 이 전 총리에게 맞췄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광주 서을에 출마한 천정배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당장 특검을 도입하자고 주장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문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뒤부터 분위기가 조금 바뀌는 듯 했다. 바로 여권은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야당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노무현정부에서 두차례 이뤄진 사면이기에 친노 인사들과도 접촉이 있었지 않았겠느냐 하는 점에서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표가 오히려 의혹의 대상으로 올라설 수도 있는 형국이었다.

그러면서 재보선과 관련한 여야 후보 지지율도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었다. 성완종 리스트 호재를 발판으로 수도권에서 야당 후보들이 크게 약진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막상 최종 여론조사를 보니 전체적으로 보합 열세로 나타난 것이다.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22일 해당 지역 유권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유선 임의전화 걸기 방식으로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날인 2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 성남 중원구에서 새누리당이 우세한 반면 서울 관악을, 인천 서강화을, 광주 서을 등 3곳에서는 여·야, 무소속 후보들이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누리당은 예상 외로 성완종 파문이 지역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까지 하고 있다. 문 대표로서는 여간 곤혹스런 상황이 아닌 것이다. 만일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참패할 경우 당장 당내에서는 성환종 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문 대표에 대한 리더십을 문제 삼는 비판이 봇물을 이룰 게 분명하다. 때문에 문 대표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라도 재보선의 분위기를 야당 쪽으로 끌어오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게 전날 발표한 특검 제안이다.

문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된 사안이라 매우 조심스럽게 이번 사안을 대했다"며 '선(先) 검찰수사' 입장을 펴 온 점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특사 논란에 대해 "여권이 사면 문제로 저를 타깃으로 상정한다면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단언컨대 참여정부 청와대에는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을 다룬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이명박정부 시절의 해외자원개발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을 새롭게 요구하며 '쌍끌이 특검론'을 꺼냈다.

문 대표는 24일에도 자신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공정성 담보'를 전제로 한 특검 도입을 제안한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귀국과 함께 약속한 특검 수용에 대해 확답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번 사건은 권력의 불법정치자금, 대선자금과 직접 관련된 사건이자 대통령이 수사받아야 할 피의자들의 뒤에 서 있는 사건"이라며 "박 대통령은 의혹 해소를 위해 어떤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며 특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 새누리당 지도부도 마찬가지 취지로 말해왔는데 이제와 딴소리를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성완종 파문이 친박계 핵심 인사를 조준하다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 노무현정부의 특별사면 배경으로 초점이 이동하면서, 동시에 재보선 상황도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게 되자 문 대표가 특검 추천권 보장을 포함한 특별검사제 도입이란 제안을 꺼내들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 셈이 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다. 더구나 재보선이 끝나면 이 문제가 지금처럼 핫이슈로 계속 남아있을지 조차 전망하기 어렵다.

문 대표 등 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의 진실 규명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목전의 재보선 결과가 더욱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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