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특검 도입 서둘러야" vs 野 "검찰 수사가 먼저"
여당은 야당 인사도 관련성 드러날 것 기대, 야당은 '법대로' 주장하며 시간벌기

SBS뉴스 자료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정치권을 강타한 ‘성완종 리스트’를 놓고 여야의 공수 관계가 뒤바뀐 모양새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 오히려 여당이 공세로 나서고 있고, 상대적으로 이 총리 사퇴를 강하게 압박했던 야당이 왠지 주춤거리는 듯 한 느낌이다.

먼저 이 총리 사의 표명 이후 새누리당은 특검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이 총리가 물러나고 다른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차제에 특검을 도입해 성 전 회장과 관련된 모든 정치권 인사들을 샅샅이 조사하자는 취지다. 여기엔 성 전 회장이 노무현정부 당시 두차례 특별사면을 받았기에 특검을 도입해 수사하면 야당 인사들도 모종의 연관성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들어있다. 한마디로 여당만 손해보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파문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특검 도입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검찰 수사로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우리 새누리당이 먼저 나서서 특검을 요구하겠다"며 "특검을 피할 이유도 없고 피하지도 않겠다"고 했었다. 그는 16일에도 “중남미 순방에 앞서 만난 박근혜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사태와 관련,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하셨다”면서 “나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당내에서 분출된 요구들을 가감 없이 대통령께 알렸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에게 이 총리의 거취 문제나 특검 실시 주장 등 대한 당 내 요구들을 모두 전했다고 밝힌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21일 “지난주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에게 특검을 하자고 제안했다"며 "검찰 수사결과가 나와도 야당은 신뢰할 수 없다고 할 게 뻔하기 때문에 특검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상설 특검법 말고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자고 주장하는데, 어떻게든 사건을 끌어보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의 특검 도입 주장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며 선을 긋고 있다. 대형 권력형 비리가 터질 때마다 여권은 검찰 수사를 우선시하고, 야권은 전가의 보도처럼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새정치연합은 여권의 특검 주장에 대해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22일 재보선이 치러지는 인천 서ㆍ강화을에서 현장최고위원회를 열고 “(이번 사건은)결국 특검으로 가지 않을 수 없는데 특검인들이 얼마나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그러면서 “박근혜정부의 정당성이 걸린 정권 차원의 부정부패 비리인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고 있다"며 "거짓말하고 증거 인멸하고 해외로 들락거려도 출금도 소환조사도 압수수색도 안 하고 있다. 리스트와 무관한 야당을 끌어들여 물타기, 꼬리자르기로 끝내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는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특검 임명 과정 등이 대통령의 영향권 하에 있는 현행 상설특검법에 대해서는 회의적 견해를 밝힌 것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이에 대해 "(여권은) 물귀신, 물타기 작전으로 논점을 흐리는 정쟁을 더 이상 하지 말라"면서 새누리당의 특검 도입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여야간 공수 스탠스가 이처럼 확연히 엇갈리자 정가에서는 이에 대해 여러 관측과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특검을 통해 성 전 회장과 연관이 있는 여권 인사는 물론 야당 인사까지 과녁에 넣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통해 부패척결의 기치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일단 검찰 수사로 시간을 보낸 후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여당과 정치적 담판을 벌이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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