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전패→새누리당 전패→접전? 반등?

與 '정치적 부담 최소화' 野 '주도권 놓칠까 우려'

검찰 수사 향배·박 대통령 순방 효과 영향 등 주목

사진=SBS 자료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을 받아온 이완구 국무총리가 21일 결국 사의를 표명하면서 8일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궐선거 판세가 더욱 요동치게 됐다. 이번 재보선만큼 선거 예측이 오락가락한 적이 없다. 선거 초반만 해도 옛 통합진보당 해산 여파와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며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패 위기감까지 나돌았다. 그러다 성 전 회장의 자살 소식과 함께 정치권 로비 의혹이 터지면서 오히려 여야의 처지가 역전돼 이번엔 새누리당이 전패 위기 악몽에 시달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희비가 다시금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중 이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떠밀려 끝내 사의를 밝힘에 따라 선거 판세도 다시 흔들리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아무래도 '성완종 파문'으로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면에서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거센 사퇴 압박에도 이 총리가 끝까지 버텼다면 새누리당에게는 계속 악재로 남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총리 사퇴가 여당에겐 적어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 새누리당은 이 총리의 사퇴로 민심 흐름이 반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보고,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의 이례적인 특별사면 대상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등 역공를 펼치고 있다.

반면 이 총리 해임건의안을 만지작거리던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걱정스런 눈치다. 오히려 너무 일찍 이 총리가 그만둔 게 아쉬울 정도다. 조금더 여당을 압박하며 민심을 끌어올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또 이 총리의 거취 문제는 정리됐지만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조사하는 검찰 수사의 향배가 여야 어느 쪽에 더 불리하게 돌아갈지 장담할 수 없게 된 부분도 은근히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이 총리의 사퇴는 "친박 게이트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며 강공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재보선 과정에서 '부패정권 심판론'도 최대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렇듯 여야 지도부가 고공에서 두뇌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재보선 현장 4곳의 바닥 민심은 조금 다르게 움직이는 듯 하다. 현재의 판세를 보면 대체적으로 서울 관악을과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강화을 등 수도권 3곳이 모두 여야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야야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광주 서구을도 경합 중이란 분석이 많다.

여야는 서로 성완종 파문과 이 총리 사퇴가 자신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정작 바닥 민심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앞으로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서는 여야의 희비도 또한번 바뀔 수 있다. 이 총리에 이어 여권 실세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 등의 지원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 여당 후보에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이 노무현정부 당시 특별사면을 받았을 때 현재의 야당 인사와 접촉했던 사실이 밝혀지면 야당도 전패를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어째됐든 이 총리의 사퇴 파장은 여야의 재보선 전략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여야 모두에게 이번 재보선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여권의 경우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물론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경제활성화 등을 이뤄야 하는 정권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야권 역시 패배하면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위상 추락을 비롯해 야권 지형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그러나 선거는 아직 중반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결전일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그에 따라 바닥 민심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알 수 없다. 여기에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돌발 변수가 언제, 어떻게 터져 나올지도 장담할 수 없다. 단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재보선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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