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전 총리만 2년 가량 업무수행… 4명은 낙마 또는 조기 불명예 퇴진

20일 사의를 표하기 전 마지막 행사로 참석한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이완구 국무총리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사진=최신혜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야권의 극렬한 반대 끝에 국회 표결을 거쳐 불과 7표 차이로 올 2월 어렵게 임명된 이완구 총리가 결국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해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할 경우 이 총리는 불과 두달만에 삼청동 총리 공관을 떠나게 된다. 사실상 조기 낙마이자 불명예 퇴진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현재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았지만 유독 총리 문제만큼은 계속 꼬이고 있다. 벌써 6번째 지명을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다.

박 대통령의 총리 수난사는 취임 직전인 2013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박 대통령은 당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두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결국 후보자 자리를 내놓았다. 새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이어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고 결국 정 총리가 현 정부 첫 총리가 됐다. 그러나 그의 임기도 순탄치 않았다. 정 총리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같은 달 27일 대국민사과와 함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박 대통령은 후임으로 안대희 후보를 지명했다. 현 정부의 세번째 총리 후보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주일 만에 안 후보자도 자진 사퇴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바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네번째 총리 후보였던 문 전 주필은 과거 역사관 관련 발언으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신의 발언과 관련한 법적 대응 등을 거론하며 강수를 두기도 했지만 끝내 총리 후보 자리에서 힘없이 내려왔다.

그러면서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전 총리가 싸놓았던 짐을 다시 풀고 총리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웃지못할 촌극이 이어졌다.

그러다 올해 1월 23일 이완구 원내대표가 총리에 지명됐고 아들의 병역특혜 논란 등이 있었지만 여당의 보호 끝에 그는 현 정부 2대 총리 자리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지명한 다섯번째 총리 후보자이자 현 정부의 두번째 총리다.

그러나 이 총리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정치자금 전달 여부에 대한 의혹과 이 과정에서 불거진 거짓 해명 논란에 시달리다 이날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게 됐다.

현 정부의 총리 수난사는 이렇게 출범과 동시에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5명의 총리 후보자 중 3명은 청문회도 거치지 전 자진 사퇴했고, 한명은 두달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2년간 자리를 지킨 나머지 한명도 사의 표명과 재신임을 번복하는 곡절을 겪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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